이달 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탄력이 붙게 됐다. 정부는 IRA 개정이나 폐지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 하에 IRA 시행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윤창현 통상정책국장을 포함한 IRA 실무협의 대표단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 법안에 서명한 이후 미국 측와 세 차례 화상 회의를 열었지만 실무자가 직접 미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단에는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관계자도 포함됐다.
대표단은 방미 기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재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만나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3년간 세액공제 조항을 유예하는 방안을 재차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체가 아닌 일부 조립 공정을 북미에서 진행해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을 자세히 하나하나 설명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 등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기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다음달 3일까지 미 재무부에 IRA 관련 2차 의견서도 접수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최근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상 규범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미국 측에 1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2차 의견서에는 청정수소나 연료 생산 관련 세제 혜택 조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IRA와 관련해 미국 정부를 WTO에 제소하는 방안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단 한·미 양자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WTO의 대법원격인 상소기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2017년부터 신임 위원 선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소에서 결심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갈등 구도도 변수다. 산업부는 지난 8월 내부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을 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 공조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