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인 메카의 관문 제다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바닷가 새벽 나들이를 했다. 홍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다. 사막 날씨치곤 꽤 선선한 날씨였다. 가끔 홍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폐부를 시원케 했다.
제다에 도착한 날 밤 이곳 선교사를 통해 들은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사우디 내에 이미 1000여명의 자생적 가정교회 성도들이 비밀리에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메카에만 100여명의 성도들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슬람 종주국 한복판이 뚫리고 있는 희소식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필리핀 인도 아프리카인 등 해외 노동자들의 가정교회 성도는 수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사우디 전역에 전도의 그물망을 펼치며 자비량 선교사로 헌신하고 있으며 이들이 뿌린 기도의 씨앗이 오늘날 열매를 맺고 있다.
더욱이 2017년 권력을 장악한 개혁 군주 빈 살만 왕세자는 파격적으로 여성의 자동차 운전을 허락했고, 아바야(히잡의 일종)를 벗도록 했으며 여성 취업을 권장하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종교 경찰에게서 체포 권한을 빼앗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예배를 드리거나 전도하는 일이 가능해졌고 종교적 핍박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빈 살만은 이미 두바이가 시행하는 것처럼 공휴일을 금요일에서 토·일요일로 바꾸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이슬람 종주국으로서는 혁명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이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을 사용하셨듯 빈 살만을 통해 행하시는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슬람보다 더 강력한 세속화의 물결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SNS를 포함한 모든 서구 문명에 대해 완전히 오픈된 상태에서 알코올 중독, 포르노, 마약, 동성애 등의 일탈이 청년 세대에서 나타나 이슬람 체제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심각한 징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핼러윈 주간에도 수도 리야드 거리에는 유령, 마녀 복장을 한 수많은 젊은이가 거리에 뛰쳐 나왔을 정도다. 사우디 여성들은 검은색 전통 복장인 아바야를 벗고 밤새도록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다행스럽게 이들의 정신적 출구를 찾는 탐구심과 영적 갈망은 선교의 엄청난 기회로 연결되고 있다.
이슬람의 젊은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정을 통해 아버지의 종교인 이슬람에 대해 뿌리 깊은 반감을 품는다고 한다. 또 미국 방송이 금지됐던 20년 전부터 사우디 여성 80%가 오프라 윈프리 쇼를 몰래 보았을 정도로 이들은 정신적, 영적 치유의 메시지를 갈망하고 있다.
해외 유학을 통해 이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차세대와 남편의 폭압 속에서 눌려 있던 여성 등 이슬람에 환멸을 느낀 많은 이들은 복음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지금 무슬림들을 두고 이슬람과 세속화, 복음진리의 삼자 간 치열한 영혼 빼앗기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 제다 외국인 근로자 가정교회에서 빌리온 소울 하비스트(BSH)의 메시지를 선포했을 때의 뜨거운 반응을 잊을 수 없다. 주로 필리핀인들로 구성된 이 교회는 이미 전 성도가 선교 훈련을 받고 조용히 복음을 전하며 영혼 구원을 위해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가정교회에서도 같은 반응을 확인하면서 큰 은혜를 받았다. 이 교회는 인도와 필리핀 성도를 중심으로 이미 100여개 가정교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에는 이미 1000여 개의 외국인 가정교회가 아랍인들에게 복음의 씨앗과 사랑의 씨앗을 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에서의 영적 흐름 변화도 놀라운 것이었다. 이스탄불에서 만난 한 선교사님의 보고에 의하면 이미 튀르키예엔 200개의 현지인 교회가 있는데 최근 이란에서 온 난민 교회가 380개가 생겨나고 시리아 난민교회와 쿠르드 난민 교회 등 영적 부흥의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앙카라에서 만난 현지 교회 청년들은 대부분 코란이 진리가 아님을 깨닫고 방황하는 상태에서 꿈속에서 만난 예수님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교회에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의 체험적 신앙은 직업 선택 등 불리한 환경에서도 확고부동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탈리아에서 통역을 통해 두 사람을 전도할 기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죄 사함의 복음에 대해 마음이 활짝 열린 분들이었다. 두 분 모두 운전기사였는데 예수님에 대한 반감이 없어 쉽게 복음에 접근할 수 있었고 한 분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였다. 복음의 불모지 튀르키예에 오랜 영적 겨울이 끝나가고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쿠르드족 난민교회에서 BSH의 메시지를 선포했을 때의 밋밋한 반응은 이들의 고통스러운 처지와 연관이 있었지만 이후 튀르키예 교회 리더십과 이란 시리아 이집트 쿠르드 리더십으로 구성된 BSH 설명회에는 큰 감동의 물결이 일어났고 이후 이란 교회 지도자들과의 모임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지금 빈 살만 왕세자에 의해 네옴시티라는 최첨단 도시를 계획하고 있는 홍해 바닷가에서 한 예멘 형제에게 복음을 전했다. 서로 서투른 영어로 즐겁게 대화하며 친구가 되고 예수님의 승천을 믿는 그들에게 예수님의 재림을 선포했을 때에 매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미 이슬람은 소망이 없다는 것과 오직 죄 사함은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음을 선포하며 꼭 성경을 구해 읽어 보라고 권면했다. 나는 복음을 전했을 때 그 청년의 환한 얼굴과 반짝이는 눈빛을 잊을 수 없다. 한류 열풍의 위력이랄까. 물론 한국인이라는 것이 그 청년의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한 또 다른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