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배모(32)씨는 연말에 일본 오사카 등을 찾는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효과’로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에 크게 마음이 끌려 일본 여행을 선택했다. 배씨는 “직장인이라 휴가를 길게 쓰기 어려운데 일본은 주말을 끼고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인 데다, 요즘 엔화가 싸다 보니 웬만한 한국 여행지에서 쓰는 것과 비용에 차이가 없다. 주변에도 일본 여행을 많이 다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 여행객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입국 규제를 완화하고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다 엔화 약세까지 더해져서다. 이와 함께 한국 관광수지 적자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달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9만8600명으로 전월 대비 2.4배나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은 12만290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미국(5만3200명), 홍콩(3만6200명), 대만(3만5000명) 등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발걸음은 공항 통계로도 확인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1월에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한 여객 수는 3만708명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4만349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시점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일본은 지난달 11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유지하던 입국 규제를 거의 모두 해제했다. 무비자 입국과 개인 여행을 풀었다. 외국인 방문객을 하루에 5만명으로 제한하던 입국 한도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무비자 입국을 풀어준 지난달 11일 이전에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난 여객 수는 하루 4000~600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20일에 하루 2만명 규모로 껑충 뛰었다.
관광객들의 ‘보복소비’가 일본 경상수지를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을 찾은 관광객의 지출 규모가 올해 일본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5조엔(약 48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다나카 유리코는 “이르면 내년 2분기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다시 찾으면, 일본의 연간 국내 소비가 6조6000억엔(약 63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며 “일본인들의 해외여행 지출을 감안하더라도 약 4조3000억엔(약 41조6000억원)의 순수입이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일본으로의 여행객 증가는 한국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관광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관광수지 적자는 2억4690만 달러였다. 적자 폭은 4월 4억1830만 달러, 6월 5억1830만 달러, 7월 6억1150만 달러, 8월 5억9920만 달러 등으로 커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관광수지 적자는 34억2310만 달러에 이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첫 해인 2020년의 연간 관광수지 적자(31억753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