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군종장교가 전체 군인 수 대비 크게 부족해 군 전력의 핵심인 무형전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탓에 군종병과 및 무형전력의 중요성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군종 인력을 두배 이상 늘려 전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7일 한미연합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군종장교 수는 500명 이하로 1인당 담당 군인 수는 약 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총 병력이 약 55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군종장교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의 군종장교들이 담당하는 역할도 많다. 종교시설 관리, 종교행사 담당, 훈련 참가, 장병 상담 등 1인 다역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미국과 대비된다. 미국의 경우 군종장교는 약 2800명으로 1인당 담당 군인 수는 약 280명이다. 인력이 많다 보니 군인별로 수행하는 역할도 명확히 구분돼 있다.
군종장교 부족은 자연스레 무형전력 약화로 연결된다. 군 전력에는 유형전력과 무형전력이 있는데, 유형전력은 군사나 병장기 등 형태가 명확한 상태에서 실체와 가치가 존재하는 힘이고 무형전력은 형태가 없는 상태에서 실체와 가치가 존재하는 힘이다. 한마디로 정신전력을 의미한다.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주체가 군종장교인데 그 수가 현저히 부족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군사학에선 유형전력보다 무형전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유형전력은 더하기의 전력 강화를 불러오지만 무형전력은 곱하기의 전력 강화를 불러온다고 규정돼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형전력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하고 있다. 유형전력에서는 러시아가 유리하지만 이기겠다는 정신력, 즉 무형전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앞선다는 평가다.
이처럼 무형전력이 중요하게 고려됨에도 한국은 그 기반이 되는 군종병과를 왜 활성화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한국의 실전경험이 거의 전무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군종병과는 전시에 창설됐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소생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참호 속에선 무신론자가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시 때 종교 및 군종장교에 대한 군인들의 수용성은 매우 높았다. 또 군인들이 온전한 정신상태 속에서 전투력도 배양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미국은 무형전력과 군종병과를 중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 군종장교 규모로는 전시활동이 불가능하고 군종병과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의 군종장교를 현재의 두배 이상 증원해 각 대대에 군종장교 1명씩 편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철우 한미연합사 군종실장은 “전시 편제를 평시에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국방개혁이란 명분으로 각 병과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늘릴 건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