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곽오단(86) 어르신은 올 겨울을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 걱정이 밀려온다. 갈수록 줄어드는 연탄 후원 때문에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싶어서다.
1967년 도심 개발 때문에 백사마을로 이사와 55년째 같은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곽씨는 노환으로 혈압약부터 관절약, 치매약까지 각종 약을 달고 산다. 오른손은 관절이 꺾여 장애등급까지 받았다. 특히 허리와 무릎 통증이 심해 보행기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아침에는 요양보호사가 찾아와 연탄을 갈아주지만, 저녁이 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곽씨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연탄 200~300장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 후원받는 시기가 늦춰졌다”며 “올해는 아직 연탄을 받지 못했고, 연탄을 구입할 형편도 되지 않아 아껴 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최선화(74) 어르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개발로 인해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동네를 떠났지만 최씨는 아직 백사마을을 지키고 있다. 최씨는 20년째 신경성 통증을 겪고 있다. 그는 “조금만 무리해도 속이 메스꺼워져 매일 약을 먹는다”면서 “백사마을은 지대가 높아 일교차가 커서 일 년 내내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최씨의 연탄보일러는 주방에 있는 탓에 연탄가스 유입을 염려해 매일 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실정이다.
최씨는 “집 앞이 바로 산이라 9월 중순부터 연탄을 때기 시작했다. 지금은 연탄을 아껴 때느라 하루 4장으로 버티고 있다”며 “올 겨울을 보내려면 아직 1000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탄 가구의 겨울 평균 연탄 사용량은 하루 6~8장이다. 연탄을 돈 주고 살 형편이 안돼서 연탄은행 후원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전에는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 빌려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들 연탄이 모자라고 대부분 이사를 나가 빌리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백사마을 어르신의 평균 연령은 80세가 넘는다. 매서운 한파를 견디려면 연탄이 절실하다. 연탄은행은 올 겨울 연탄 300만장 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0만장을 나눴다. 예년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
곽씨는 봉사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매년 방문하는 봉사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요. 나뿐만 아니라 모두 어려운 때라 마음이 편치 않지만 나 같은 노인은 연탄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어요. 많이들 도와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