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관(77) 서희건설 회장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건설회사를 일궜다”고 고백하는 신앙인이다. 서울 강남구 청운교회(이필산 목사) 원로 장로인 그는 지난 8월 2년 임기인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 연임이 결정됐다.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는 오는 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연다. 주제는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이 땅에 주님의 위로와 새 소망이 임하게 하소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전면 대면으로 모이는 이번 행사는 교계를 비롯해 정·관계 지도자 1000여명이 참석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다. 이 장로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희타워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대담에서 “‘기도하는 한 사람이 기도하지 않는 민족보다 더 강하다’는 스코틀랜드 종교개혁가 존 녹스의 말처럼 어려울 때 기도로 복음의 능력을 구하자”며 기도의 일꾼들을 초청했다.

대담 = 이명희 종교국장

-5일 열리는 국가조찬기도회는 3년 만에 전면 대면행사로 진행된다. 올해 기도회의 주제를 선정한 배경과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이번 주제는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이 땅에 주님의 위로와 새 소망이 임하게 하소서’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고, 이를 통해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구약성경 이사야 43장 19절의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라는 말씀이 핵심 성구다.

한국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아파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깊은 위로가 필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도 코로나와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경제가 악화했고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위로와 희망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께 대한민국과 전 세계에 진정한 위로와 새 희망을 달라고 기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국가조찬기도회의 규모와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코로나 이전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적게는 2500명에서 최대 5000명을 웃도는 이들이 참석했었다. 변수는 코로나였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세가 다소 잦아들면서 500명 정도 되는 이들이 모여 기도했다. 엔데믹 이후 처음 모이는 올해 기도회에는 참석 인원을 지난해 대비 2배 증원해 1000여명을 초청했다.

생중계되는 기도회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도 진행한다. 오직 감사할 뿐이다. 코로나로 제대로 모일 수도 없던 시간을 어렵게 지나며 1000여명이 한자리에서 모이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 특별기도 시간에는 이태원 참사 위로를 위해 예년과 비교해 한 명의 기도자를 더 모셨다. 설교자는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대규모로 진행된 예년의 국가조찬기도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 기도회는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아픔이 남아 있고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때 진행된다. 교계 지도자와 정관계 인사들이 더욱 마음을 모아 한목소리로 기도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도의 힘을 더 모으자는 취지로 주요 교단 총회장들을 순서자로 모셨다. 지난 10년 동안 없던 일이다.

1부 행사 사회는 권순웅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대표기도는 김주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합심 기도는 정동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서대문 총회장이 맡았다. 2부 행사에서는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이 특별기도를 하고 장종현 예장백석 총회장이 조찬기도를 전하신다. 한편 과거에는 기도회 참석자에게 봉사자들이 일일이 명찰을 나눠줬는데 무척 번거롭고 혼잡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자동 명찰 출력 시스템(키오스크)을 설치한다. 참석자들은 사전에 문자로 발송한 바코드를 활용해 편하게 명찰을 받을 수 있다. 혼잡했던 풍경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꽉 막힌 정치와 남북 관계, 이태원 참사 등으로 사회가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기도로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인데.

“우리가 할 일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하고 찾고 두드리라’고 하셨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도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뒤 나머지는 하나님께 아뢰어야 한다. 그런 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목도하면 되는 것이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께만 올려드리는 일방통행 대화법이 아니다. 응답으로 이어지는 양방향 소통법이다. 하나님께 기도 제목을 올려드리면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것이다. 응답의 때가 언제인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때때로 하나님의 응답은 빠르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고통 끝에 응답하시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뿐이다. 반드시 응답해 주신다.

꽉 막힌 정치와 남북 관계, 이태원 참사 등으로 어려울 때 우리 형편을 두고 불평할 게 아니라 마음을 모아 하나님께 기도로 구하며 잘못을 회개하고 긍휼을 구하자. 성경에 보면 기도로 구하고 응답을 받은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지금은 기도할 때다.”

-국가 지도자를 위한 기도도 빼놓을 수 없다.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면 능력 있는 왕이 많지 않았다. 다른 문명의 왕들을 봐도 모든 지도자가 국민 마음에 쏙 들었던 적도 많지 않다. 우리가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하나님만 바라고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굉장히 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갈등은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해소하기 쉽지 않다. 어떤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는 기도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재벌 개혁도 절실한 과제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기가 300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가진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벌 개혁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일이다. 이 갈등을 해결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다. 우리는 가장 가난하던 나라에서 세계의 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유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는 불행한 나라이기도 하다. 갈등 속에서 해법을 찾자. 지도자를 탓하기 전 먼저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자. 국가조찬기도회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일에 헌신하고 싶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회장 연임을 했다. ‘2기 사역’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기독교가 많은 욕을 먹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외 이웃을 돌보는 일에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나서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를 비롯한 임원들이 기금을 만든 뒤 국민일보와 함께 희망을 잃은 이웃에게 꼭 필요한 사랑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막막한 상황에 놓여 숨 쉴 곳조차 찾지 못하는 이웃과 교인이 없는 시골교회를 돌보는 목회자들도 돕고 싶다. 정부나 정치권, 지자체도 국민들의 구석구석을 살피지 못한다. 이 일을 교회가 해야 한다. 두 번째 임기 중 이 일을 구체화하고 싶다. 이를 통해 국가조찬기도회가 어려운 이웃에게 새 소망을 심는 역할을 하길 소망한다. 부흥의 길도 여기에 담겨 있다고 본다.”

-기도의 힘은 세다. 전 세계 디아스포라와 세계 각지 교회들과 나누고 싶은 기도 제목이 있다면.

“전 세계는 한 데 연결돼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 디아스포라와 세계 교회들이 함께 기도해야 한다.

첫 번째 기도 제목은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깃들게 해 달라는 것이다. 더불어 분단된 뒤 갈라진 남북한 사이에 대화가 재개되고 통일의 날을 맞이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싶다.

또 주기도문을 인용해 기도 제목을 나누고 싶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뤄지도록, 기근에 처한 사람들에게 양식이 전해지도록, 우리가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 것처럼 우리 죄도 용서해 달라고, 우리가 시험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자. 예수님이 하셨던 이 기도의 제목들을 전 세계 교회와 디아스포라에 요청하고 싶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