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민 3명 중 2명(66.2%)은 종교가 없으며 앞으로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는 사람도 열 명 중 한 명(11.0%)에 그쳤다. 그러나 종교를 가진다면 개신교(44.5%)를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아 이주민 선교에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는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주민의 종교의식 및 종교 생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7~8월 이주민 4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안산시 외국인 거주민 비율에 따라 상위 10개국을 선정해 가중치를 뒀다. 상위 10개국은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태국 순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이주민 비율은 66.2%였다.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 중에는 불교(12.2%)가 가장 많았으며 개신교(8.2%) 가톨릭·이슬람(각각 5.2%) 힌두교(1.5%) 러시아 정교(0.1%) 순이었다. 종교가 있는 이주민의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에 대해 오경석 겸임교수(인하대 정책대학원 이민다문화학과)는 “이주의 경험이 이주민들을 ‘세속화’시켰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며 “그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속도만큼 종교의 도덕적, 문화적 구속력이 희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국의 기성 종교들이 이주민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이주민 종교율이 낮다고 추론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종교시설이 이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종교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가장 도움이 되는 서비스’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자국민 사귐’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응답(48.6%)이 가장 많았고 ‘한국어 교육’(21.6%) ‘노동 조건(임금·퇴직금·산업재해 등) 상담’(6.6%) ‘도움이 되는 것 없음’(6.4%) 순이었다. 오 교수는 “종교시설이 이주민의 가장 절박한 욕구인 심리적 지원이나 생활상 어려움을 지원하는 일에 미흡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에 대한 이주민들의 호감도는 높았다. 개신교는 ‘이주민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종교’ ‘이주민의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종교’ ‘이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종교’ 항목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종교 미보유자가 믿고 싶은 종교도 개신교(44.5%)가 가장 높았고 불교(31.1%) 가톨릭(3.8%) 이슬람(1.5%)이 뒤를 이었다. 종교 행사에 가서 호감이 생긴 이유로는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41.9%) ‘친절하게 환영해 주었다’(31.5%)는 답변이 많아 한국교회가 ‘환영과 환대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안산제일교회가 이어오고 있는 이주민 역파송 사례가 이주민 선교 방안으로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안산제일교회는 이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2003년부터 이주민 사역을 진행해오고 있다. 2012년에는 제일다문화센터를 열었고 현재 러시아어·중국어·영어·네팔어 예배를 드린다.
특히 역파송 사역을 통해 현재 30여명의 네팔인 사역자들이 현지 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네팔예배 초대 목회자였던 아모스 목사는 1호 네팔 선교사로 파송돼 현지에 교회 200여개를 개척했다. 선교위원회를 담당하는 한지훈 부목사는 “역파송을 받아 본국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과 현지 선교사들이 동역하는 단계가 이주민 사역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서는 디아스포라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이주민들의 필요를 채우는 통전적 관심으로 땅끝까지 주님의 증인되는 공동체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