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완성차 업체 5곳이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올해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했다. 가파른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는 현대자동차·기아가 견인했다. ‘르쌍쉐(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자동차·한국GM)’는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 기여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해 1~10월 한국에서 전기차 10만7783대를 팔았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늘었다. 현대차가 6만573대로 가장 많았다. 기아가 4만4088대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가 판매한 전기차만 합쳐도 10만대를 넘는다. 여기에 한국GM이 2497대, 르노코리아차가 516대, 쌍용차가 109대를 보탰다.
2015년에는 5개 회사의 전기차 판매량을 다 더해도 2558대에 불과했다. 2017년 1만3303대로 처음 1만대를 넘어섰었다. 이듬해 2만9441대로 뛰었다. 2020년 3만1356대에서 지난해 7만3873대로 136% 급증한 뒤 올해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차량 모델별로 보면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 EV6 등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최근 출시한 아이오닉6는 사전계약 첫 날에 계약대수 3만7000대를 돌파해 신기록을 세웠다. 아이오닉6는 올해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을 선도하는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13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르쌍쉐’의 전기차 판매 실적은 미약하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차는 한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2월에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지만,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들 3개 회사는 정부에서 정한 ‘전기차 의무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나 수입업체가 총판매 대수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전기차로 채우도록 규정한다. 르쌍쉐 3사는 올해 한국 판매량의 8%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하지만 상반기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여금을 내야하는데 사실상 벌금과 같다.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 한국GM과 르노코리아차는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