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현대카드와 제휴해 한국에서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기가 널리 보급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 시장을 선점한 삼성페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1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조만간 현대카드와 제휴하는 형식으로 애플페이를 국내 상륙시킬 것이 유력하다. 양측 당사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약관 이미지 등이 유출되며 업계에서는 이미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애플페이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목된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 마그네틱에 저장된 정보를 무선화(MST)해서 결제 정보를 전달한다. 즉 일반 카드 리더기에 삼성페이를 갖다 대면 별도 수신기기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반면 애플페이는 NFC 방식을 채용했다. 애플페이를 실행했을 때 나오는 신호를 NFC 방식으로 받아줄 수 있는 별도 기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미 NFC 결제기능을 갖춘 키오스크 등을 보유한 대기업 프렌차이즈나 대형 매장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페이를 지원할 수 있지만 그 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이런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여곳 중 NFC 결제가 가능한 곳은 10%도 되지 않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NFC 기기 가액을 20만원으로 잡고 200만곳에만 보급하려 해도 기기 단가만 4000억원에 달한다”며 “설치·운영에 따른 비용과 홍보비, 사후관리·유지비까지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가 될텐데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HN페이코 등 간편결제 핀테크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도 NFC 기기 보급률 미달로 꼽힌다. 페이코는 지난 2분기 2조3000억원 결제액을 기록했지만 이 중 오프라인 결제액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미 시장 주도권을 쥐고있는 삼성페이도 넘어야 할 산이다. 삼성페이는 국내에서만 이용자 1500만명을 넘어선 1위 서비스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4%로, 애플(13%)의 6배 이상이다. 그마저도 애플 아이폰은 10·20대 등 구매력이 떨어지는 계층에서 인기를 끄는 탓에 시장성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애플 스마트폰이 필수인 만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지 못하면 애플페이도 흥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