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으로 근육이 굳어가고 행동 느려져도…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반주 사역 계속”

김혜순 전도사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웨슬리채플에 있는 파이프오르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순 전도사 제공


“항상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 물어요. ‘하나님, 저는 언제까지 반주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매번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손이 움직이는 그날까지 교회에서 반주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김혜순(66 여) 전도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8년 2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그는 현재 근육이 굳으면서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 뜻대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주일이면 경기도 동두천 은성교회(조정표 목사)에 출석해 반주자로 사역하고 있다.

김 전도사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감리교신학대 관계자를 통해서였다. 이 관계자는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오르간 강좌에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는 이가 수강 중이라고 했는데 주인공이 바로 김 전도사였다. 김 전도사는 강좌를 듣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자 “더 전문적으로 오르간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반주자로 활동하게 된 이력부터 들려줬다.

어린 시절 그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싶었으나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이런 그에게 건반을 배울 기회를 준 곳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던 한 교회였다. 그는 매주 3곡씩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반주 실력을 키웠고, 전도사가 된 뒤에도 틈틈이 반주자로 활동했다. 김 전도사는 “건반 연주를 공짜로 배운 만큼 반주자로 사역할 땐 사례비를 안 받는 게 내가 평생 지킨 원칙”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감신대 평생교육원 오르간 강좌를 알게 됐어요. 파킨슨병의 특징이 강직과 떨림 증상인데, 선생님께서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해 주시더군요. 강좌를 들으면서 손이 굳는 증상도 좀 완화됐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병세가 심해지면서 현재 김 전도사는 똑바로 걷는 게 힘들어진 상태다. 그는 “보행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난달부터 학교에 못 가고 있다. 상태가 괜찮아지면 다시 강좌를 듣고 싶다”고 했다.

감신대 평생교육원 오르간 강좌에는 김 전도사 외에도 특이한 이력을 지닌 수강생이 수두룩하다. 올해 수강생은 47명에 달하는데 2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강의가 있을 때면 강원도나 충청북도, 전라북도 등지에서 상경하는 이도 적지 않다.

평생교육원 원장인 박은영 교수는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수강생이 1년에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오르간을 배우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게 됐다는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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