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만취 상태로 자신의 SUV를 몰다가 스쿨존에서 아홉 살짜리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만든 30대 남성 A씨가 5일 구속됐습니다. 이날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 B군의 장례식도 엄수됐습니다. 생전의 B군과 그의 가족들이 출석하는 교회 성도 등과 함께한 마지막 길은 슬픔과 연민, 안타까움이 가득했습니다.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B군의 장례식장에선 세상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특별한 소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A씨가 경찰에 붙잡힌 날,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B군의 빈소에는 조문객이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추모객들은 B군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일부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기도 했습니다.
조문객들은 빈소에서 B군 부모가 건넨 A4용지 크기의 편지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글에는 또한 길지 않았던 ‘아홉 살 인생’의 특별한 생애가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 상단에 팔짱을 낀 채 환하게 미소 짓는 B군의 사진에서 눈길을 떼기 힘들었습니다.
두 돌도 안 돼 말을 뗀 B군은 책을 읽고 말하길 즐겼습니다. 소고기 미역국이 식탁에 오르면 그렇게 밥을 잘 먹었습니다. 친구가 없는 또래에게 먼저 다가가는 아이였고,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친구에겐 친구가 됐습니다. 부모가 맞벌이하느라 바쁠 때는 두 살 어린 여동생을 돌보기도 했습니다.
편지에는 생전의 B군이 남긴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B군이 일곱 살 때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선생님, 복음은 하나님이 죽으셔서 우리가 살게 된 것이에요.”
믿음으로 아들을 키웠던 부모는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자녀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 안에서 삶을 충만하게 누리며 살아가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바람을 내려놓습니다. 아들은 지금 주님 품에 안겨 편안히 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부디 우리 아들을 오래도록 기억해주세요.”
편지는 영문으로 적힌 요한계시록 21장 4절 말씀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B군 가족을 위해 하나님의 위로가 가득 임하길 함께 기도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간절한 바람처럼 B군을 오래도록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