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어스름해진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골목의 한 건물 2층 공간으로 한 무리의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세 살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주부부터 20대 청년, 70대 어르신까지 20여명이 자리에 앉자 한 남성이 강단에 올랐다.
“자~ 로마인 천부장과 유대인 바울이 만나는 장면입니다. 노란색을 그어 볼까요? 천부장이 깜짝 놀라 얘기합니다. ‘네가 헬라 말을 할 줄 아느냐?’ 외국 나가서 한국말 들으면 엄청 반갑잖아요, 그쵸? 딱 그런 상황입니다. 이번엔 또 이렇게 외칩니다. ‘저 자를 세상에서 없애버리자, 살려둘 자가 아니다!’ 써 놓으세요. ‘쌩 난리!’”
남성이 태블릿에 준비된 강의안을 스크린에 띄우고 강의를 시작하자 곳곳에서 머리가 끄덕여졌고 웃음도 터져 나왔다. 라이트하우스 포항교회(박노아 목사)의 금요 성경공부 모습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일타강사’의 강의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성경책을 편 사람들 손엔 다섯 가지 색깔의 색연필이 들려 있었다. 박노아(42) 목사는 “성경 속 각 장면을 드라마의 한 신(scene)으로 보고 한 문장씩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핵심”이라며 “빨간색은 ‘인물’, 주황색은 ‘장소’, 노란색은 ‘중요한 포인트’, 초록색은 ‘시간’, 하늘색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박정기(71) 장로는 “평생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안 해본 성경공부가 없고 안 들어본 성경 강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성경 이야기가 하나하나 체계가 잡힌 채 이해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자나 교재도 없다. 최수정(33) 집사는 “한 단어도 그냥 넘어가는 게 없이 제대로 이해한 내용을 내 손으로 적고 지도도 그리다 보니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성경 교재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3월 개척된 이 교회의 공식 모임은 딱 2가지다. 주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예배와 금요일 오후 7시 진행되는 성경공부다. 나머지는 24시간 열려 있는 교회 공간을 성도 스스로 찾아 기도하고 교제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교회 주보 앞 장에 쓰인 ‘라이트하우스 포항은 성경을 공부하는 교회입니다’라는 문장이 교회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목사는 개척 전 부목사로 사역하던 당시 10여년에 걸쳐 매일 새벽기도회를 마친 뒤 2시간씩 ‘비블리컬 스토리텔링’이라 불리는 성경공부를 연구해 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감이 극심했을 때 개척한 공동체에서 성도들과 소통하기 어려웠는데 소통의 물꼬를 터준 게 성경공부였다”고 회상했다.
성도 40여명 중 성경공부 정기 참석자는 절반이 넘는다. 성도 대부분 주일예배에 앞서 금요 성경공부를 먼저 경험하고 등록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 목사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성도로서 추구해야 할 신앙생활의 최우선 항목”이라며 “이를 통해 교회는 성도를 세우고 성도는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 교회를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