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커피’라는 다소 직관적인 카페 이름은 수년간 프리랜서 강사로 근무하던 30대 청년이 지난해 카페를 차린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임솔로몬(35) 그래서커피 대표는 지난해 커피를 좋아하는 본인의 소망을 담아 카페를 차렸고 그 공간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하려고 노력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만큼 하루하루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창업한 지 얼마 안 돼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임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끊임없이 ‘기부’한다. 그의 남다른 기부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기부란 돈이 많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나눔’이라는 확고한 철학 덕이다. 여기에 개척교회 목회자였던 부모의 영향도 상당히 작용했다. 작은 나눔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일상이 안정되고 응원이 된다는 것에 그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나눔을 통해 좋은 마음과 삶의 의미가 다시 본인에게 돌아옴을 느껴서 더욱 기부를 잘하게 된다고 한다.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페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 대표는 창업 배경과 기부 철학, 유산기부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됐나.
“25세부터 프리랜서 강사로 일했는데 30대에 들어서니 무언의 압박을 느꼈다. 강사라는 직업이 변수가 많아 부담이 컸다. 자연스레 사업을 생각했다. 강의를 하다 보니 처음엔 학원을 생각했지만, 20대 중후반 때 잠시 학원 개원을 준비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결국 그쪽으로 안 갔다. 어렸을 때부터 소망이 있었던 카페를 창업하기로 했고 그 공간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넣기로 했다. 현재 만나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그곳에서 청년들을 위한 창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에 큰 도움을 받았다.”
-청년창업가로서 넉넉지 못한 상황인데 기부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저한테 기부는 풍족해서 하는 게 아니다. 부모의 영향이 큰데 제 부모는 개척교회를 세우고 참 어렵게 살아왔다. 풍족이란 단어보다는 결핍이나 궁핍 이런 쪽의 단어들과 더 가까웠다. 하지만 궁핍 안에서 나누고 그 나눔에서 오는 기쁨을 알려줬다. 누군가를 향한 작은 나눔이 대상자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 저의 첫 기부는 저와 같이 목사님 자녀들에게 조금씩 용돈을 주는 것에서 시작했다. 많은 친구에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몇 명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형편이 좋건 어렵건 간에 주변으로 조금은 흘려보내야 한다는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 활성화할 방안이 있나.
“저부터 소수의 기부단체 말고는 그렇게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기부단체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기부한 금액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기부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이 많기 때문에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을 타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법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기부하면 세금을 내야 해서 기부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들이 고쳐지면 기부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월드휴먼브리지 브리지소사이어티가 정의하는 유산에는 물질적 유산뿐 아니라 가치, 철학, 신앙, 문화적 유산이 포함된다. 유산기부, 개인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평소 생각은.
“부모에게 물질적인 유산을 받지는 못했지만, 신앙과 가치관 등에서 좋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부모가 직접 실천하며 보여준 유산들은 물질보다 더 나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카페 사업에도 접목할 예정이다. 카페로 시작했지만, 카페를 거점으로 최종적으로는 기독교 콘텐츠 기업을 세우고 싶다. 아울러 아카데미를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서 강의를 할 수 있는 분들을 길러내 많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곳에 질 높은 강의가 이뤄지게 하는 소망이 있다.”
-향후 기부계획은.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작은 나눔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껏 해왔듯이 말이다. 그리고 방식을 좀 다르게 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기부하는 걸 일부러라도 알리지 않았다. 이제는 인식을 바꿔서 많이 알리려고 한다. 기부하는 생각과 이유를 널리 알림으로써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성남=박지훈 최경식 기자 lucidfall@kmib.co.kr
조재현 우정민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