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운데 거의 절반이 개신교에 강한 반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개신교 호감도는 불교나 천주교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목회자를 향한 호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리서치는 7일 이 같은 결과가 담긴 ‘2022 종교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이 기관은 2020년부터 매년 한국인들이 주요 종교에 갖는 호감도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지난달 25~2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호감도 조사는 0~100점 가운데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할수록 높은 점수를 매기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개신교 호감도는 31.4점으로 불교(47.1점)나 천주교(45.2점)보다 많이 낮았다. 지난해에도 개신교 호감도는 31.6점에 불과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개신교를 “매우 부정적”(0~24점)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전체의 49%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불교(27%)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이렇듯 개신교에 극도의 반감을 표시한 응답자는 전체의 48%나 됐었다.
개신교를 ‘약간 긍정적’(51~75점), ‘매우 긍정적’(76~100점)으로 평가한 응답률은 각각 9%, 11%에 불과했다. 한국인 5명 중 4명은 한국교회에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거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개신교인 스스로 평가한 개신교 호감도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개신교 신자 스스로 매긴 개신교 호감도는 71.2점이었으나 올해는 64.5점에 불과했다.
한국리서치는 예년과 달리 올해 조사에서는 각 종교 신자나 목사 승려 신부에 대한 호감도도 조사했는데, 개신교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이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개신교인에 대한 호감도는 32.3점으로 불교 신자(47.8점), 천주교 신자(46.7점)보다 많이 낮았다. 성직자 호감도 점수에서도 목사는 33.1점으로 신부(48.1점), 승려(45.9점)에 10점 이상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에게 종교가 끼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대목도 눈여겨봄 직하다. 전체 응답자의 33%는 종교가 본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특이한 지점은 개신교인을 대상으로만 이 조사를 진행했을 때다. 지난해 조사에서 ‘종교가 내 삶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개신교인은 83%였으나 올해는 72%로 11% 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불교나 천주교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62%, 45%로 지난해와 같았다.
신국원 총신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외부의 시선에 너무 무관심했다”며 “교회를 향한 한국 사회의 반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회 울타리 바깥에 있는 이웃들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