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친동성애 인사들과 연대한 한국교회트라우마센터 사업을 반대한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교계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한교총에 10억원을 출연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한 ‘한국교회 트라우마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고 이를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이사장 이상억)·한국기독교학회(회장 임성빈) 등과 협력키로 한 사안을 지적한 말입니다. 이들은 교회가 헌금 기부처를 한교총으로 한 것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교회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직접 지원하지 않고 한교총을 통하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이들 단체가 친동성애 인사로 지목한 임성빈(장신대 전 총장) 회장과 이상억(장신대 교수) 이사장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임 회장은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회가 선의로 거액을 맡겨 최초로 교회 트라우마 센터를 세우려는 데 느닷없이 동성애 논란이 시작하면서 한국교회와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될 센터가 좌초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교수도 “헌금은 한교총으로 전달하기로 한 것이지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와는 조금의 관계도 없다. ‘공연한 시비’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장신대가 속한 예장통합 총회가 결의한 동성애에 대한 의견과 같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예장통합 총회는 “동성애는 성경에 반하는 죄이지만 이들이 구원의 영역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적지 않은 교단과 반동성애 단체가 견지하는 의견도 이렇죠.
참사 유가족에게 직접 지원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달 26일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한교총 협약식에서 이영훈 목사의 발언에 답이 있습니다. 당시 이 목사는 “한국 사회에 여러 참사가 생길 때마다 회복과 치유에 소홀했다”면서 “참사 희생자 가족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치유까지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센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장기적인 치유를 하려면 지속해서 운영할 센터가 필요했던 겁니다.
이번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요지부동입니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는 “한교총 자체도 최근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우리가 거명한 두 명의 인사도 그동안 우리에게 더욱 분명하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면서 “8일 열리는 한교총 총회 직전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한교총 총회에 우리 생각이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했습니다.
교계에서는 동성애가 자칫 무기로 사용되는 걸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교계 관계자는 “동성애를 무기 삼아 상대방을 공격하고 침소봉대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결국 동성애 문제 해결도 난관에 빠지고 교계도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는 걸 꼬집은 말입니다. 한교총을 공격하려고 저명한 교수들을 친동성애 인사로 매도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아할 뿐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