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스스로 성경 깊이 읽고 신앙의 지평 넓히는 노력해야”









이달 들어 벌써 세 권째다. 한병수 전주대 교수의 ‘디모데서에 반하다’(다함)에 이어 성기문 박사의 ‘사무엘서, 열왕기: 내러티브 읽기’(좋은씨앗)를 거쳐 홍종락 번역가의 ‘악마의 눈이 보여주는 것: 문학, 질문하며 함께 읽기’(비아토르)까지 세세한 서평을 담았다. 여기에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유감과 어린이 기자들과의 대담,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며 떠올린 시편 81편 10절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에 대한 단상까지 실려 있다. 구약학의 권위자, 류호준(69·사진)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이 홈페이지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 성서교실’을 통해 나눈 글들이다.

류 교수는 2000년부터 22년간 운영해온 무지개 성서교실의 모든 글에 대해 “마음껏 퍼가라”고 말한다. 우리가 위에서 오는 은총을 아무 대가 없이 누리듯, 크리스천이라면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어리석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류 교수는 “교회와 개인의 신앙적 유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용하실 수 있다”고 공지했다. 무지개는 노아의 홍수 이후 하나님이 새 인류에게 자신의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눈앞에 보여주신 은총을 의미한다. 눈높이를 낮춘 신학으로 교회 내 반(反)지성주의 극복을 위해 은퇴 후에도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를 최근 경기도 과천 자택 서재에서 만났다.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Faith Seeking Understanding)이 중요합니다. ‘신학은 교수나 목사만 하는 거고 우리는 주일날 교회에 가서 예배만 드리면 되지’ 하는 반지성적 트렌드가 강합니다. 문맹률 낮추기보다 문해력 높이기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성도들 스스로 성경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목사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인적으로 신앙 지평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학의 대중화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류 교수는 총신대와 미국 캘빈신학교(MDiv, ThM)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Dr Theol)에서 수학한 개혁주의 신학자다.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25년간 구약학을 가르쳤고 ‘한글성경 개역개정판’ 감수위원과 ‘쉬운성경’ 시편과 에스겔서 번역자로 참여했다. 동시에 경기도 평촌 무지개장로교회를 개척해 20년간 자비량 목회자로 사역하다 교수직과 함께 은퇴했다. 류 교수는 “대학과 교회까지 주 7일 사역이었지만 기쁨으로 보냈던 시간”이라며 “비행기가 두 개의 엔진으로 착륙하듯 두 가지 사역을 내려놓고 일상의 신학을 보다 면밀히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학 공부는 우리를 형성(Formation)합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빚는다 할 때 빚음이 포메이션입니다. 윤리적 비윤리적 판단하는 게 아니고 신앙인으로 올곧게 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제2의 본성(Second Nature)으로 나타납니다. 정보(Information)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으면 이를 다시 포메이션(Reformation)하고 변화된 길(Transformation)로 나아가야 합니다.”

류 교수는 성경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일을 넘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일상에서 은총을 발견하며 자연에 대한 경의를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는 “자연은 큰 글씨, 성경은 작은 글씨의 성경이라고 농담하곤 한다”면서 “카오스 속에서 코스모스, 혼돈 속에서 질서의 우주를 창조한 하나님을 묵상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상과 신학, 인생이 춤추는 삼중주 책에 담다
류 전 원장이 최근 펴낸 3권의 책

구약학의 대가 류호준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은 “일상과 신학, 그리고 인생이 함께 춤을 추는 삼중주를 소개하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고 밝힌다. 시편 이사야서 아모스서 해설 등을 포함해 26권의 책과 그만큼의 번역서 및 공저를 낸 류 교수이지만, 최근에는 일상을 담은 신학, 눈높이를 낮춘 신학 에세이를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하온)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발견하는 주님의 은총을 유쾌하고도 감미롭게 표현한 책이다. ‘사막 같은 일상에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가 책의 부제이다. 재즈 보컬리스트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의 가사 “푸르른 나무와 빨간 장미를 보았네/ 너와 나를 위해 피어나는 모습이여”를 말하며 이사야서 35장 “사막에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냇물이 흐르리라”(저자 개인역)를 나란히 전한다.

‘교회에게 하고픈 말’(두란노)은 예리하면서도 따듯한 책이다. 신앙의 개인화, 물신 숭배 현상, 교단 내 소모적 주도권 싸움, 대형교회의 목회 세습과 천민자본주의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배경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일상행전’(세움북스)은 평범한 일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101가지 신앙 이야기를 다룬다.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가 여타 분야에서 입문서 역할을 하는데 신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과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