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중(對中) 수출통제 조치에 한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동맹이 동참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미 수출통제 전문가가 말했다. 또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돕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면 미 정부가 대중 수출통제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케빈 울프 전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차관보는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특파원단·코트라 워싱턴무역관 공동 인터뷰에서 “(수출통제 조치가 성공하려면) 미국은 유사한 통제를 시행할 수 있는 다른 동맹국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동맹의 참여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인한 공급망 다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결국 결정은 한국 기업의 몫”이라면서도 “미국은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같은 이해를 가진 국가가 자국 시스템에서 유사한 통제를 도입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각국이 비슷한 방식의 규제에 나설 것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는 적용을 1년간 유예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이와 관련 “기업들이 내부 절차와 통제장치를 마련해 정교한 기술은 한국에 남기고, 중국에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미국 정부가 갖는다면 추가 유예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대안을 찾는 동안 중국에서 계속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장기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제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가안보가 (반도체 산업 등) 특정한 경제적 피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이것은 수출통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통제는 (중국과의) 광범위한 디커플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사양 제품 등에 대한 투자나 무역거래를 공격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중국이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경제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어서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와 무기, 반도체 등에 필요한 다양한 광물과 관련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게 미 정부의 중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보호무역 정책이 각국의 보조금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는 “보조금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동맹이라면 핵심 부품을 중국 제조업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의 수출통제 체계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현재 대형 로펌인 아킨 검프에서 수출통제 및 외국인투자규정 자문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