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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000m 붉은 광야 지하서 ‘황금 소금’ 리튬을 채취하다

아르헨티나 북서부 살타주에 있는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전 세계 염호 중 리튬 매장량과 농도가 최고 수준인 곳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이곳의 광권을 획득했다. 사진은 2024년 상반기 준공 목표인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사업 1단계 상공정의 건설현장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경비행기를 타고 해발 4000m에 내리자 마치 외계 행성에 착륙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사막처럼 보이는 붉은 토양 위에 건설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물이나 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염호(salt lake)가 맞나 싶었다.

아르헨티나 북서부 살타주(州)의 고지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라는 염호를 지난 12일(현지시간) 찾아갔다. 온통 산과 벌판뿐인 이곳 지하에는 염호가 있다. 그리고 ‘황금 소금’이라 할 수 있는 리튬이 묻혀 있다. 리튬은 배터리 제작에서 핵심 광물이다. 수요 급증, 공급 제한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리튬 정제를 ‘돈을 찍어내는 산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한국의 포스코그룹, 미국의 리벤트, 호주의 갤럭시리소시스 등 자원개발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리튬 매장량 및 농도가 전 세계 염호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8월 갤럭시리소시스로부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북쪽 부분의 1만7500㏊에 대한 광권을 2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2월 광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포스코그룹은 인근 광권을 추가로 확보해 현재 여의도 면적의 약 30배에 이르는 2만5500㏊의 광권을 갖고 있다.

먼저 포스코그룹의 1단계 공장 건설 현장에 갔다. 메마른 땅 위에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덩그러니 세워지고 있었다. 고산지대의 낮은 기온과 강한 바람을 견디며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리튬 생산기술 및 운영을 담당하는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상무보는 “염호의 물 1ℓ에 리튬이 0.9g 정도 들어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하는 곳 가운데) 제일 좋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리튬 공장은 올해 2월 착공해 오는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이 공장에서 연간 2만5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리튬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2020년 8월 데모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해 지난해 4월까지 기술 검증을 마쳤다. 그동안 평균 400m 깊이로 염호 주위를 파면서 탐색해 왔다. 데모플랜트에서는 인산리튬 생산설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 내부를 가득 메운 파이프를 거쳐 정제된 인산리튬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포대 안에 쌓이는 새하얀 리튬 가루의 촉감은 밀가루 같기도, 눈가루 같기도 했다. 인산리튬은 최종적으로 배터리 제조에 사용하는 수산화리튬으로 가공된다.

이어 포스코그룹에서 조성한 ‘폰드’로 향했다. 폰드는 염호의 염수를 가둔 인공 못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폰드 4개가 모여 스트림 1개를 이룬다. 총 3개의 스트림이 있었다. 폰드 1개의 크기는 5㏊에 달한다. 각각을 구획한 것은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4개의 폰드를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농도가 높아지는 데, 최종 단계까지 농축하는 데 3~4개월 정도 걸린다.

포스코그룹은 수익성 높은 ‘리튬사업’을 그룹의 성장엔진으로 여긴다. 현재 2단계 투자도 진행 중이다. 3·4단계 투자와 신규 염호 확보 등으로 연간 12만t의 염수리튬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염수리튬과 함께 광석리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으로 2030년까지 연간 30만t의 리튬 생산체제를 완성할 예정이다.

살타(아르헨티나)=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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