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4층 전체가 영상 녹화를 위한 스튜디오다. 규모가 큰 곳부터 1인 2인 3인이 각기 작업하는 작은 공간까지 총 6개의 스튜디오가 모여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4층 메인 스튜디오에서 매일 묵상집 ‘하나님의 숨결’(두란노) 가운데 2023년 1월 24일자 분량을 녹화하던 김병삼(58) 목사를 만났다. 신(scene) 넘버와 제목이 적혀있는 촬영용 슬레이트의 막대가 딱하고 내려가자 카메라와 프롬프터가 바쁘게 돌아간다.
“거짓말을 금하신 이유가 오늘의 제목입니다. 십계명 가운데 제9계명입니다. (중략)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이중적 모습을 책망하셨습니다. 위선도 일종의 거짓말입니다.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선수가 책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토트넘 감독이 훈련장에서 이 선수의 어깨를 걸고 ‘나이가 몇이지’ 물었습니다. 한국 나이는 유럽 나이보다 해가 바뀌는 상황 등으로 2살 이상 많기도 한데, 1초란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하다 만 29살이지만 28이라고 답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자신을 속여서 젊은 선수로 이득을 취하려는 죄의 속성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자고 회개하고 다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녹화를 마친 김 목사와 교회 7층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교회 사무실 역시 구글이나 메타처럼 공유 오피스 형태로 운영된다. 교역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자유롭게 자리를 옮기며 보다 창의적인 사역 방안을 연구한다. 김 목사와 목회지원팀은 지난해 ‘올라인 교회’(두란노)를 펴냈다. 코로나 암흑기 한국교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된 미디어 교회의 전범을 제시한 책이었다. 김 목사는 이번 365일 묵상집 ‘하나님의 숨결’을 저술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한국교회엔 묵상 운동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만나교회도 2021년엔 오스왈드 챔버스의 묵상집 ‘주님은 나의 최고봉’(토기장이)을 해설하며 365일을 보냈고, 올해도 매일 성경통독을 진행했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그리스도인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매일 만나’로 ‘하나님의 숨결’을 준비했습니다. 초대교회 세례 예비과정인 ‘카테큐메나테’처럼 성도들이 이 정도까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꼭 알아야 한다는 내용을 첫걸음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나눠 12개월 365개의 원고에 담았습니다.”
카테큐메나테는 박해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세례를 받고 성찬에 참여하기까지 2~3년에 걸쳐 실제적 변화가 있었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400쪽이 넘는 책엔 김 목사의 20년 설교가 응축돼 있다. 1월 1일엔 예레미야 21장 8절에 나오는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을 대비하며 시작한다. 12월 31일 마지막 날엔 ‘최고의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비워낼 것은 모두 비워내고 그리스도의 평강으로 채우는 모습, 즉 믿음으로 소망하며 사랑하는 성도를 그려낸다.
책은 오스왈드 챔버스 묵상집과 견주어 내용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배우 신애라씨가 김 목사의 유튜브에 책 낭독자로 참여했고 이미 1월분 녹음을 마쳤다. 김 목사는 신 배우의 낭독 이후 해설을 맡았으며, 이날은 1월 24일자를 포함해 대략 한 달 치 분량을 미리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김 목사는 1년 52주 설교를 1~2년 전에 미리 작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회의 중심에 예배와 설교가 있고, 설교 원고가 있어야 스태프들이 영상을 제작하고 찬양을 준비하며 예배에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회 사역은 갑자기 진행되면 스태프들이 어려워지기에 제가 먼저 원고를 써서 공유한다”면서 “2024년 24주차 설교까지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다음엔 어린이들을 위해 좀 더 쉬운 버전의 묵상집을 준비하고 페이지마다 QR코드를 넣어 영상으로도 참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과 다음세대의 눈높이에서 시작하는 교회, 변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성남=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