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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벼 UAE 사막 재배 기술 확보했지만 경제성은 아직

2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국비를 들여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벼 재배 실증 사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사진은 2020년 4월 24일 UAE 기후변화환경부의 농업혁신센터 직원이 샤르자 알다이드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사막에서도 자라는 한국산 벼 품종 연구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농정 당국은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4년간 진행해오던 사막 벼 재배 실증 연구를 공식 종료할 예정이다. 산업화 문턱을 넘지 못한 이 연구는 서류상으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UAE에 수백억원 규모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 운영 중인 미국 사례와 대비된다. 한국의 외교적 무관심 또는 외교력 부족이 산업화 실패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국비를 들여 시작한 ‘UAE 벼 재배 실증 사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이 연구는 2018년 3월 한국과 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후 UAE 샤르자 지방의 알 다이드(Al Dhaid) 소재 2275㎡ 부지에서 3차례에 걸쳐 한국산 벼 품종을 활용한 실험이 진행됐다. 척박한 토지에 강한 적응력을 보인 품종인 ‘아세미’가 투입됐다. 그 결과 첫 재배 시기인 2019~2020년에 ㏊ 당 7.6t의 쌀을 사막 부지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사막에서 실외(노지) 재배로 쌀을 생산한 첫 성공 사례다.

이후 2021~2022년 진행한 3차 실증에서는 물 사용량을 절반가량 줄이고도 ㏊ 당 5.1t을 생산해냈다. 사막 벼 재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물 사용량이다. 이를 줄일수록 가격 경쟁력이 생기며 산업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UAE와 한국 정부의 추가 지원 결정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더 이상의 연구는 불가능해졌다. 농진청 관계자는 “‘UAE 벼 재배 기술 매뉴얼’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후속 조치를 밝혔다.

식량안보 및 수출 목적으로 추진됐던 연구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UAE 주식은 쌀이다. 국민 1인 당 연간 쌀 소비량은 약 95㎏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한국인 1인 당 연간 쌀 소비량(56.9㎏)의 배에 가깝다. 국토 97%가 사막이다보니 소비하는 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점을 봤을 때 UAE가 연구에 추가로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연구 중단 결정이 내려진 데는 양국 간 협력 논의가 부재했던 게 원인 아니냐는 후문이 들린다. 양국은 2018년 5월 벼 재배를 포함한 농업협력 양해각서 체결 이후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사례와 대비된다. UAE 두바이에서 지난 7월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수직농장(스마트팜) ‘부스타니카’는 UAE와 미국의 합작 투자 결과물이다. 아랍에미리트 항공과 미국 농기업 크롭원이 4000만 달러(약 514억원)를 투자한 이 곳은 연간 1000t가량의 채소를 생산한다. 미국과 UAE가 7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글로벌 농업 투자를 주도하면서 맺은 깊은 외교적 결속력의 결과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UAE에서 벼 재배 사업을 원하는 한국 업체가 있을 경우 교육 및 자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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