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지난해 국내 언론 보도에서 한국교회를 긍정적으로 조명한 기사가 부정적 성향을 띤 기사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비롯해 국내외 소외 이웃을 섬긴 한국교회의 활동이 이 같은 변화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옥성삼 감리교신학대 객원교수는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빅데이터 분석 자료 ‘2022년 언론이 바라본 한국교회’를 발표했다. 자료에는 옥 교수가 뉴스 빅데이터 검색 서비스인 빅카인즈와 네이버 뉴스 검색을 활용해 지난해 1월 1일~12월 24일 종합일간지 8곳, 경제지 3곳, 방송사 4곳에 실린 개신교 기사 4281건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교회를 향한 한국사회 민심을 살피는 게 목적이었던 만큼 교계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 국민일보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긍정보도, 부정보도 첫 추월
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은 ‘긍정 보도’가 전체의 10.4%로 ‘부정 보도’(9.6%)보다 많았다는 점이다(나머지 기사는 정보 전달에 목적을 둔 중립 성향의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옥 교수는 교계 뉴스를 분석하는 작업을 2018년부터 꾸준히 벌이고 있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2021년의 경우 부정 보도의 비율이 11.5%로 긍정 보도(6.3%)의 거의 2배였으며, 코로나19 탓에 교회와 방역 당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엔 부정 보도(14.7%)가 긍정 보도(4.6%)의 3배를 웃돌았다.
이런 변화의 이유로는 우선 국내외에서 한국교회가 전개한 나눔과 섬김의 사역을 꼽을 수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바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피란민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전하는 사역이 1년 내내 이어졌다.
실제로 옥 교수는 매주 한국교회 관련 기사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도 조사하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교계 기사의 핵심 키워드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러시아’였다.
이 밖에도 한국교회는 지난해 3월 동해안 산불, 지난해 8월 서울 강남 폭우 피해가 각각 발생한 뒤엔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을 섬기는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교회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이 등장한 시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된 3월과 이태원 참사 직후인 11월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옥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눔의 뜻을 실천한 한국교회의 사역이 국내 매체의 교계 보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를 둘러싼 교회와 방역 당국의 갈등이 줄고, 목회자 성 비위 추문이 예년에 비해 적었던 점도 긍정 보도가 부정 보도를 앞지른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교총·여의도순복음교회 ‘주목’
옥 교수는 매주 국내 매체의 교계 보도를 분석해 ‘금주의 인물’ ‘금주의 이슈’ ‘금주의 좋은 뉴스’ ‘금주의 나쁜 뉴스’도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이 내용을 토대로 조사했을 때 국내 언론에 가장 비중 있게 소개된 이는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였다. 하지만 전 목사 관련 기사의 경우 비판적 뉘앙스가 담긴 기사일 때가 많았다. 전 목사는 ‘금주의 인물’ ‘금주의 이슈’ ‘금주의 나쁜 뉴스’에 총 9회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금주의 나쁜 뉴스’에 선정된 때가 6차례나 됐다. 사랑제일교회가 거액의 재개발 보상금을 받게 되면서 입길에 오르내린 점, 전 목사가 극우 성향의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긍정적인 보도만을 놓고 봤을 때 국내 매체에 가장 많이 소개된 이는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였다. 이 목사는 북한 평양심장병원 건립 프로젝트, 세계오순절대회(PWC) 개최, 한국교회트라우마센터 설립 등을 주도하면서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내 언론이 주목한 교회와 기관을 집계했을 때에도 각각 1위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이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