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신년 최고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일본은 “가계부채 위험이 적다”며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통해 올해 복합 위기를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을 꼽았다. 연준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저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급증한 시중 자금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린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부동산 가격은 금융 위기 도래 직전이었던 2000년대 중반 고점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가계부채 위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 중기적으로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존 내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유로존 경제를 주도하는 독일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관련 대출에서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중소형 은행이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관련 대출을 크게 늘려온 점도 위험 요인이다.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행(BOJ)의 경우 부동산 관련 위험은 비중을 둬 언급하지 않은 데 이어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0% 이상 가계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은 위험 요인이지만 주택담보대출 채무 불이행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채권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험에 대해서도 “최근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국채 시장 유동성이 나빠졌지만 BOJ 정책 효과로 일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 관련 위험 또한 “일본 내 비은행 금융사가 보유한 금융 자산 비중은 30%대로 주요국에 비해 작다”고 분석했다.
BOJ가 한동안 제로(0) 금리를 유지한 덕분이다. Fed가 꼽은 부동산이나 ECB의 가계부채 등 위험 요인 대부분이 기준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은 통화 긴축 정책의 부정적인 여파에서 비켜서 있다.
다만 이 같은 정책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본 무역수지가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무역수지는 2조274억엔(약 19조7000억원) 적자로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세계 투자은행은 양적 완화 기반 아베노믹스를 신봉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내년 4월 물러나면 BOJ가 돈줄을 점차 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