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18~21)
이 말씀은 생애를 이끈 나침반이었다. 2006년 다양한 분야의 기독교인 학자 신학자 목회자 70명이 뜻을 모아 ‘기독교통일학회’를 시작했다. 십자가 복음에 입각한 사랑에 근거해 남북통일을 추구함에 학회 설립 목적이 있음을 선언했는데 당시 로마서 12장 18~21절 말씀이 확고한 지침이 됐다.
남북 분단을 정치적으로만 풀려고 하는 한국의 현실을 바라볼 때는 소망이 없어 보이지만, 독일 통일에 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는 소식은 신학 교수인 내게 거대한 음성으로 들려왔다. 하늘의 지혜가 임하는 듯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었던 1998년 6월 황소 500마리, 10월엔 501마리를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트럭을 이용해 비무장지대를 통과했던 담대한 대북 지원은 말 그대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한반도에는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시대가 열렸으며 한순간이지만 통일을 맛봤다. 2006년 미국 시간주간지 ‘타임’은 정 회장을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했다.
바로 이때 교수 연구실에 있던 내게 하나님은 찾아오셨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으셨다. ‘너는 뭘 하고 있느냐.’ 독일 통일은 교회가 이끌었고 정 회장은 세상이 깜짝 놀라는 일을 하는데, 너는 그저 신학 이론만 전하고 있느냐고 따져 묻는 것 같았다.
아모스처럼 외치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 저는 통일 전문가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물을 때, 주님은 독일 분단 시절 독일교회 역할을 연구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주셨다. 그렇게 가슴은 소망으로 뛰었고 즉시 순종했다. 독일 통일에 있어 독일교회의 역할을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적시에 ‘기독교북한선교회’의 학술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방학을 맞아 독일 현지로 날아가 한 달간 머물며, 교회청과 대학 도서관에 있는 미출판 자료를 복사해 한국으로 공수했다. 이렇게 과거 서독교회의 동독을 위한 섬김을 연구한 졸저 ‘독일 통일에 기여한 독일교회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이어 통일 후 공산주의를 경험한 독일교회의 현장을 역시 발로 뛰어 쓴 두 번째 책 ‘통일, 그 이후’를 출간했다. 그 후 미력하나마 한국교회의 성경적 통일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그 첫 번째 일이 2006년 ‘기독교통일학회’의 설립이었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롬 12:18)
약력 △스위스종교개혁기념대회장 △기독교통일학회 설립 및 명예회장 △전 백석대 부총장 △전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총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