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에 최대 25%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현행 8%에서 15%로 오르고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의 추가 세액공제 혜택까지 주어지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이 현행 8%에서 15%로 확대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16%에서 25%로 상향됐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에 1조원을 투자한다면 현재 세금 감면액은 800억원에 그치지만 정부안에 따르면 1500억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모든 산업에 대해 최대 10%의 추가 공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를 합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공제 혜택을 보게 된다.
정부는 올해에 한해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 포인트씩 올리는 임시투자세액공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3%,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7%와 12%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2023년 한시로 대기업은 6%, 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8%로 공제율이 상향 조정됐다.
정부안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은 미국(시설투자 25%)과 대만(연구개발비 25%) 등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당초 세수 감소를 우려했던 기재부가 윤 대통령의 지시로 통 큰 베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세수는 3조65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본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법인세를 더 내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삼성전자는 "경제 복합위기가 심화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한 정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운데도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준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칫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꺾일 수 있을 때 나온 적절한 조치"라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 개정안이 꺼져가는 민간 투자의 불씨를 이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달 내로 세액공제율 조정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법이 통과되면 올해 1월 1일 투자분부터 소급적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10% 수준으로 올리자고 주장해왔다.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K-칩스법' 마련을 주도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들은 공제율을 25%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여야가 정파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첨단산업 발전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김준엽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