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종을 한국사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알고 있다. 그는 집현전을 통해 인재를 기르고 다양한 편찬사업을 펼쳤다. 농업과 과학기술, 의약기술,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영토를 확장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하지만 이 책은 조선의 왕 세종이 아닌 인간 이도의 삶에 집중한다.
저자는 세종에 관한 역사 기록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세종의 정치적 삶을 기록한 ‘세종실록’은 세종이 죽고 난 뒤 만들어졌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토대로 저자는 세종을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고 당시의 상황을 유추한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은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권력을 쟁취해낸 만큼 세종 역시 자연스럽게 권력 지향적인 인물로 자라나지 않았을까’ ‘세자였던 형보다 성실하고 총명한 모습을 보인 건 권좌에 오르기 위한 세종 나름의 방식 아니었을까’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게 6부로 구성돼 있다. 세자에 책봉되고 국왕 역할을 견습하던 시기,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집권 전반기, 통치 기반을 마련한 집권 중반 초기, 야망을 펼쳤던 집권 중반 후기, 위기에 맞서 전환을 시도한 집권 후반 초기 그리고 세자에게 권력을 이양한 집권 후반 후기다.
지은이 송재혁은 책의 서문에서 “그는 성공으로 점철된 삶을 살지 않았다. 오히려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 성장해 간 인물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며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위기와 난관을 돌파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국왕이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한국 및 동양 정치사상이다. 최근에는 조선 초기의 정치지성사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세종, 역사를 고치다: 세종 20년 신개의 상소와 무인정변의 재구성’ ‘현장의 수호자: 세종 시대 황희의 정치적 역할’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