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출판

디지털 매체로 읽으면 책만큼 깊이 이해할까





사람들은 여전히 계속해서 읽는다. 다만 종이로 읽기는 약화되고 있다. 휴대전화, PC, 태블릿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가 늘고 있다. 전자책, 오디오북, 팟캐스트, 동영상 등이 우리의 읽기를 점점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 현장은 이미 빠르게 디지털로 옮겨가는 중이다.

읽기의 디지털 전환은 여러 질문들을 낳는다.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는 오래된 질문에 속한다. 어떤 매체가 학습에 가장 좋은가, 교과서를 태블릿으로 대체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어린 아이들에게 전자책을 읽게 해도 괜찮을까, 오디오와 동영상은 학습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하는가 같은 질문도 있다.

디지털 기기가 언어와 읽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나오미 배런(미국 아메리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의 책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이런 질문들을 다룬다. 지난 20여년간 미국,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종이 읽기와 디지털 읽기 비교 연구들을 빼곡하게 인용한다.

가장 첨예한 질문은 종이 읽기와 디지털 읽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일 것이다. 저자는 대학생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연구들을 보여주며 “독해 점수는 스크린으로 읽을 때보다 종이로 읽을 때가 나았다”고, “학생들은 긴 자료를 읽을 때 대체로 종이를 사용하면 더 많이 이해한다”고 전한다.

어린아이들에게 디지털 책을 쥐여줘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부모들도 많다. 이 책이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괜찮다’는 쪽이다. 아이와의 대화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종이책이 더 낫고, 언어·인지 발달이 목적이라면 디지털 책도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책은 읽기를 싫어하는 학령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동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통한 읽기, 동영상을 통한 학습도 늘고 있다. 발달심리학 수업을 듣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3000자(약 10쪽 분량)의 글을 읽든지 아니면 똑같은 텍스트를 팟캐스트로 듣든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이틀 후 단답식 시험을 쳤다. 글로 읽은 학생들 모두가 팟캐스트로 들은 학생들보다 점수가 높았다. 동영상의 학습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도 동영상보다 텍스트를 사용할 때 독해 성적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우리 대다수는 학생들이 듣거나 본 것에서도 텍스트를 읽을 때만큼이나 많이 배울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또 교육에서 온라인 자료의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가 교육 효과에 대한 확실한 근거에 바탕을 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은 재정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는 “이제 읽기 개념이 복수의 디지털 자료 활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텍스트가 문학적인 것에서 정보 위주로 옮겨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정보성 텍스트는 결국 문학 작품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학교 교육에서 문학적 읽기, 긴 글 읽기가 주변으로 내몰리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11∼15세 아이들에게 소설책 읽기는 추론을 끌어내는 보다 높은 수준의 이해 기술에 탄탄하면서도 특별한 기여를 하는 유일한 읽기 습관이었다” “7∼16세 청소년들에게 책 한 권 분량의 저술을 자주 읽는 것과 독해 능력의 향상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등의 연구 결과가 있다.

저자가 종이 읽기만 옹호하는 건 아니다. 종이, 스크린, 오디오 등 각 매체의 장단점을 제대로 살펴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디지털 매체가 우리의 읽기를 풍부하게 해줄 가능성을 인정하고 각 매체의 활용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디지털 교육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경향에 경고음을 울리고자 하는 건 분명하다. 저자는 디지털 읽기의 최대 문제를 ‘정신의 방황’이란 말로 묘사한다. “디지털 책은 본질적으로 우리를 더 산만하게 만든다”. 디지털 읽기를 할 때 멀티 태스킹을 한다는 증거도 많았다.

보다 장기적인 문제는 읽기의 마음가짐에 있다. 디지털로 읽을 때의 마음가짐은 대충 읽기, 훑어보기, 빠르게 읽기, 개념이 아닌 정보에 초점, 멀티 태스킹의 기회, 오락적 가치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디지털 마음가짐이 종이 읽기마저 포괄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는 얕은 읽기, 피상적 읽기다.

저자는 디지털 읽기 시대의 진정한 도전은 장문 읽기, 깊이 읽기, 문학적 읽기, 비판적 읽기의 위기라는 점을 알려주면서 우리가 읽을 때 취하는 정신적 태도(마음가짐)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같은 교육자의 과제는 읽기에 관한 한, 전형적 디지털 마음가짐이 지배적이지 않게 하고, 종이가 대변해온 보다 신중한 독서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도록 돕는 것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