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과 몸으로 구분된 존재입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영성에서 나옵니다. 성경에서는 영성을 넓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성은 인간 삶 전제를 포괄하며 종교 문화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됩니다. 저는 기독교 영성의 개념을 6가지의 차원에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영성은 깊은 내면성을 띠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 이 물은 두레박으로 길러낸 물이 아니라 내면에서 생겨난 물, 즉 영성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가 영성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기독교 영성은 초월에 근거한 삶입니다. 그 삶은 성령 안에서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동행을 가리킵니다. 영성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 속에서 항상 초월과 관계되는 삶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시 63:1) 우린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셋째,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것이 기독교 영성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 7:25) “나의 자녀들아 너희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다시 너희를 위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하노니.”(갈 4:19) 기독교 영성은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넷째, 현실에 변혁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현실에 동화하는 삶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변혁하는 성향을 띠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기독교적 영성입니다. 주어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말씀에 따라 현실을 바꾸는 것입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다섯째는 자연 친화적인 자세입니다. 기독교 영성엔 자연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도 여기엔 담겨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피조물은 하나님의 구원을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롬 8:21~22) 기독교적 영성은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피조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영성입니다.
여섯째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태도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나라가 아닌, 하나님에게서 오는 나라를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전통적으로 기독교 영성은 인간의 내면성에만 집중해서 설명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인적 코람데오(coram deo·‘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이 라틴어)의 삶이라는, 인생의 총체적 관점에서 영성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김영한 목사(웨이크사이버신학원 석좌교수)
◇김영한 목사는 숭실대 명예교수이면서 현재 웨이크사이버신학원 석좌교수이기도 합니다. 웨이크사이버신학원은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인준 신학원으로 설립자 박조준 목사의 목회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