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복권을 6조7000억원어치 판매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판매실적과 비교해 2000억원 가량 목표를 높여 잡았다. 올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불황형 상품인 복권 판매를 늘리면서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2023년도 복권기금 수입·지출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로또복권과 연금복권 등 12종의 복권 판매 예산으로 6조7441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복권은 6조4957억원어치 팔렸는데, 올해는 이보다 판매액이 2484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 판매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4조1538억원이었던 복권 판매금액은 2020년 5조415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6조원을 넘겼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복권 구매액은 68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코로나에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겹쳤고, 국내 경제가 덩달아 악화되면서 사행산업인 복권에 거는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한해 복권 판매 수익금(판매사업·운영비 제외)은 2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가운데 2조305억원을 한부모가족자녀 양육비 지원과 저소득층 중·고등학생 장학금 지급 등 공익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복권위 측은 “복권 구입을 기부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판매 규모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사행산업인 복권을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층이나 중산층이 주로 복권을 구입하는데 이들로부터 돈을 받아 서민층 복지에 다시 쓰는 것을 기부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복권 구입을 독려할 게 아니고, 국민들이 복권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한 튼튼한 경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