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하나님을 향한 투정이나 목사님 말씀 중 좋았던 구절을 일기장에 그림으로 끄적이던 열일곱 살 소녀가 있었다. 교회 친구들이 어설프지만 솔직한 그 그림을 흘끔 훔쳐보고 “나도 그랬다”며 동감했을 때 참 기뻤던 소녀. 그는 나중에 자신의 낙서가 3만 명에게 동시에 나눠지며 그들의 삶을 어루만질 줄 꿈에도 몰랐다.
지음(작가명·28) 그림묵상 작가는 이에 대해 “모두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음 작가는 침례신학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길이 내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졸업 후 1년 반 만에 교사되기를 그만두고 자신이 잘하던 일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때까지 했던 신앙 고민을 담은 묵상을 여러 사람과 나누자며 그가 통로로 택한 것은 인스타그램.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야기다. 지음 작가는 “그때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그림묵상 작가가 10여명 정도로 많지 않았다”고 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고민을 그리고 올렸다. 우리의 속마음을 알아주시는 하나님을 전하고 싶어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음’으로 정했다.
지음 작가 인스타그램은 현재 3만명이 구독한다. 믿지 않는, 혹은 믿음을 잃어버린 구독자가 지음 작가의 작품을 우연히 접하고 다시 믿음을 회복했다는 반응,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
지음 작가는 “지인 추천으로 교회에 나갔지만 모든 것이 낯설어서, 어떻게 믿는지 몰라서, 하나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고백한 이가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서 다시 교회에 나가겠다고 고백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난다”고 했다.
여러 작품 가운데 지음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하나님의 프레임’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지음 작가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는 이야기인데 주님의 시선과 계획에선 모두 각기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인간적인 비교가 의미 없다는 묵상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독자의 70% 가까이가 30대까지의 젊은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위로받지 못한 청춘이 익명의 공간에서 서로를 어루만지는 것일까. 형식보다 본질이 중요한 요즘 젊은이에게 인스타그램 묵상은 쉬우면서도 위로를 전하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