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분야에서 유독 섭외가 어려운 이들이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셀럽)입니다. 한 여배우는 소속사에서 막아 취재가 무산됐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홍보 시기가 아니면 특정 언론과 인터뷰할 수 없다는 게 거절의 이유였습니다. 홍보 시점 때 인터뷰하자고 재차 요청했더니 그제야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신앙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건 부담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붙입니다. “특히 기독교는요….”
대놓고 거절도 합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를 인터뷰하려고 했더니 에이전트가 “기독교 신자라는 게 기사로 나가면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소속사와 에이전트가 개인의 종교를 과하게 통제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17일 온라인에 올라온 배우 윤은혜씨의 간증 영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종교생활에 열심인 듯한 윤은혜’라는 제목의 영상은 집회 참석자가 직접 찍은 영상(직캠)입니다. 최근 한 교회 수련회에서 윤씨가 일산광림교회 박동찬 목사의 부탁으로 나선 간증인데, 윤씨의 모습을 두고 ‘무섭다’는 반응부터 ‘교회의 일상적 모습’ ‘종교는 개인의 자유’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독인 윤은혜’가 간증한 게 무슨 문제일까 싶어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죄까지 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한 뒤 “주여 삼창하며 기도하시겠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참석자들은 윤씨 말에 ‘주여’ 삼창을 하고 큰 소리로 기도합니다. TV에서 보던 윤씨 모습과 다르니 낯설긴 하지만 여느 교회에서 쉽게 마주하는 예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이 공개된 뒤 과거 일까지 소환됐습니다. 윤씨가 팬미팅 현장에서 찬송가를 불렀고, 드라마 촬영 전 고사 현장에 목사를 초대해 스태프, 출연진과 함께 강제로 예배문을 낭독하게 했다는 소문입니다. 소속사는 “강제는 없었다”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K기독교’란 말이 떠오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진 교회 모습에 한 문화 전문가는 “한국에선 교회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희화화됐다”며 이를 ‘K기독교’라 칭했습니다. 그 ‘K기독교’가 어느 순간 기독 연예인에게도 투영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기독 연예인들은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이어갑니다. 윤씨는 2014년 ‘10 꼬르소 꼬모 서울’ 전시회에 “기도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7일간 작업했다”며 작품 일부를 출품했고 지난해 온라인 전도플랫폼 ‘들어볼까’에 출연해 영접 기도문도 낭독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엔 SNS에 성경 말씀도 올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독 기독 셀럽의 자유만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