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해 금리를 얼마나 내렸는지 비교할 수 있는 공시 제도가 마련된다. 금융당국은 ‘이자 장사’로 역대급 수익을 올린 은행권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달 시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단순 신청 건수 위주였던 (금리인하요구권의) 수용률 공시를 개선하고 수용률 공시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인하요구권 행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당시보다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자가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2019년 도입됐다.
기존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에는 신청 건수, 수용 건수, 이자 감면액, 수용률만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 신청 건 위주의 수용률 공시인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6.6%으로 전년(28.2%)보다 1.6% 포인트 낮았다.
이에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평균금리 인하 폭을 공시해 건수 위주의 공시를 보완키로 했다. 가계와 기업으로 구분하고 신용, 담보, 주택담보대출로 수용률을 따로 공시할 방침이다. 또 은행 창구를 방문할 때와 온라인 방식으로 할 때 차이를 알 수 있도록 비대면 신청률을 추가 공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주문한 직후 나왔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노력도 지속해 주길 바란다”며 “특히 은행의 금리인하 수용 여부가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적극 개선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을 억누르려는 당국과 정치권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연 3.25%인 기준금리를 3.50%로 올리자 금융당국은 은행에 별다른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행권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한 원인이 됐던 성과 보수 체계에도 칼을 대고 있다. 금융당국은 성과 보수 체계에 리스크 관리나 건전 지표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