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서울 소망교회(김경진 목사)에 출석한 김민정(54) 권사는 지난해 교회에 생긴 온라인 지구(온라인 교회)에 1호 등록자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로 이사한 뒤 교회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김 권사는 29일 “질병이나 일 때문에 주일 오프라인 예배와 모임에 참여할 수 없는 성도가 많다. 그들은 온라인 지구를 통해 배려받는 기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온라인 모임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오프라인 모임이 있는 날엔 제주도에 사는 구역원도 미리 일정을 빼놨다가 서울로 달려온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회는 예배와 모임을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코로나 기간 성도들이 교회로 나오기 힘들어지면서 교회들은 온라인 지구, 온라인 구역 등의 이름으로 온라인 교회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교회들은 온라인 교회를 유지할지 마무리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부 교회는 온라인을 새로운 복음의 접촉점으로 삼고 지속적인 사역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소망교회 온라인 지구를 담당하는 조성실 목사는 “지난해까지 온라인 지구에 200여 가정이 속했는데 올해 50여 가정이 더 신청했다. 성도들이 처한 상황과 삶의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어 팬데믹이 끝나도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꾸준히 온라인 모임을 하면서도 오프라인 기도회, 대심방 등 성도들이 직접 만나 관계를 쌓는 ‘하이브리드’ 교회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치순복음교회(한별 목사)도 온라인 교회 사역을 이어간다. 온라인 교회 담당인 오성은 목사는 “기존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교회에 관심이 있는데 현장 예배까지 가기 부담스러운 이들이 온라인 교회를 많이 찾고 있다”며 “2020년부터 2년간 온라인 교회를 운영한 결과 온라인을 통해서도 성도를 영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모든 교회가 온라인 교회에 긍정적인 건 아니다. 서울 성북구 A교회는 지난해 연말 공식적으로 온라인 교회를 종료하고 현장예배에 집중하고 있다. A교회 목회자는 “역사가 오래된 교회라 온라인 교회 등록자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B교회는 올해부터 온라인 교회를 축소해 나갈 예정이다. 과제는 코로나 기간 온라인 교회를 통해 유입된 성도를 오프라인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 교회에서 온라인 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성도들을 참여시켜 현장예배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사역을 이어가려는 교회에 현장과의 연계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지난 회기 온라인 교회 지속가능성을 연구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디지털시대온라인교회연구위원회는 “온라인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신앙의 통전성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온라인에서도 공동체의 사건을 듣고 비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 목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