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고치며 영혼도 치유하니 감사”

구인수 목사가 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에 있는 ‘써빙기타’에서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기타 고치는 목사.’

구인수(47·일산 섬김의교회) 목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의 손을 거쳐 간 기타만 수천, 수만개에 달한다. 그는 1일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교육을 준비 중이다. 이른바 ‘장애인을 위한 무료 기타 수리 기초과정 교육’이다.

기초과정 교육은 기타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세팅하는 법, 스크래치 수리하는 법 등을 하루 8시간에 걸쳐 진행한다. 수강료와 재료비 등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무료다.

한국기타제작수리협회 회장인 구 목사는 2004년 불의의 사고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로 두 다리가 으스러진 탓에 2년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감신대 신대원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던 그의 인생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누구보다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하던 그였다.

구 목사가 장애인을 위한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부산에 사는 한 시각장애인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는 최근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일산까지 교육을 받으러 오겠다고 한 그분의 열정 때문에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취업과 창업을 꿈꾸는 장애인에게 뜻깊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운영하는 기타 센터인 ‘써빙기타’는 기타 수리를 맡기러 오는 이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목회의 연장선이라고 말한 구 목사는 “써빙기타에는 비기독교이 더 많이 방문한다”면서 “우울증, 부부 갈등, 자녀 갈등, 경제적 고민 등을 털어놓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치유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도 고치고 영혼도 고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방문한 이곳의 벽면에는 일렉트릭 베이스 클래식 어쿠스틱 기타까지 다양한 종류의 기타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센터 곳곳에 놓인 십자가와 말씀 액자도 눈길을 끌었다.

구 목사는 목회와 동시에 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를 확장할 계획이다. “언제나 제 1순위는 목회예요. 그리고 저도 장애인이잖아요. 장애인을 통해 사역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무료 교육도 매달 한 번씩 할 예정이에요. 저의 재능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일 때 가장 귀하지 않을까요.”

고양=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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