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5개월간 약 600만t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수(海水)가 일본을 오가는 화물선들의 선박평형수로 주입된 뒤 국내항에 실려와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11년부터 후쿠시마 인근 해수를 평형수로 적재했을 때 ‘관할수역 밖 교환 후 입항’을 조치하며, 바닷물 유입을 ‘원천봉쇄’ 중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2021년 8월 이전에는 평형수 교환 조치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고 최근 국민일보에 밝혔다.
30일 국민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해수부의 ‘후쿠시마 인근 6개 현에서 선박평형수 주입 후 국내 해역에 선박평형수를 배출한 선박 현황’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841척(중복 포함)의 선박이 후쿠시마 인접 항만 해수를 평형수로 실어 국내에 입항한 뒤 배출했다. 일반화물선, 석유제품·케미컬·LPG 운반선, 벌크선 등 대형 선박들이 국내항에 배출한 후쿠시마 인근 해수는 총 591만9935t으로 집계됐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저수량이 636만t이다.
평형수 탱크에 실려온 후쿠시마 해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된 전례는 없다. 다만 해수부는 2021년 7월 말 평형수 문제 관리의 필요성을 말하며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에서 해수의 방사능 조사 결과가 아직도 국내 연안 해역의 방사능 조사 결과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해수부는 이때 지방해양수산청과 한국해운조합 등에 후쿠시마 인근을 기항한 선박의 평형수 교환 후 입항을 당부했다.
해수부는 2021년 8월부터는 선박들의 ‘교환 후 입항’ 여부를 명확히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2021년 8월 이후 ‘교환 후 입항’을 신고한 선박들도 국내항 배출 통계에 포함됐고, 이 때문에 후쿠시마 인근 해수의 배출량은 600만t보다 적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2021년 8월 이전의 일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설명은 ‘원천봉쇄’라던 정부의 과거 선언과 배치된다. 해수부는 2013년 8월에도 “방사능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사고해역 해수의 국내 유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2014년 1월에는 “교환 후 입항토록 조치함으로써 방사능 오염 평형수의 국내 연안 유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2020년 9월부터 6개 현 중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의 해수 주입 선박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었다. 정보공개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해수를 주입한 뒤 국내항에서 배출한 선박은 모두 36척이다. 같은 기간 정부의 방사능 농도 조사는 12차례에 머물렀다. 해수부는 ‘교환 후 입항’ 신고 선박은 조사에서 제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민일보 인터뷰에 응한 선원 여럿은 “교환한 적이 없다” “서류로만 교환을 신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은 2021년 4월 “(2020년 9월 전수조사) 결정 이후 현재까지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 입항한 선박은 없었다”고 언론 인터뷰를 했고 이는 해수부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하지만 정보공개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후쿠시마현·미야기현 해수를 실은 7척 선박의 입항 기록이 있다. 국내항에서 2만3396t을 배출했다는 이들 선박은 방사능 농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해수부는 “예정된 배출을 취소한 선박들인데 변경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내 항만에) 입항한 건 맞는다”고 했다.
이슈&탐사팀 박장군 정진영 이택현 이경원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