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타당… 객관적 도덕 가치의 근원은 神”

세상은 하나님 없이도 도덕적으로 흠 없이 착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경은 객관적 도덕가치의 근원은 거룩한 하나님의 성품에서 비롯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진은 봉사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휠체어를 탄 남성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A: 뉴욕대학교 석좌교수였던 폴 컬츠는 “신이 없이도 착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컬츠의 주장은 “사람은 선하게 살 수 있다”와 “신이 선함(도덕)의 근원이 아니다”라는 두 가지 진술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주장이 타당하려면 ‘선함’은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도덕 가치가 되어야 한다. 가령 소아성애자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이유로 소아성애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우리 사회는 용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는 어린이가 온전한 성인이 되도록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개인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선함’으로 주장하고 실행한다면 우리 사회는 도덕적 무정부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도덕을 각자의 주관성에 일임할 경우 성폭행, 살인, 노예 제도마저 용인될 수 있기에 도덕은 반드시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며 인간의 존엄성이야말로 만민이 보호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임을 천명한 것이다.
 
과학이 도덕가치를 형성할 수 없어

컬츠처럼 신과는 무관하게 객관적인 도덕가치가 형성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첫째 뇌신경과학자인 샘 해리스는 저서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가지’(원제: The Moral Landscape)에서 과학이 도덕성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는 도덕적 판단으로 견제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과학은 사람이 독극물을 먹으면 죽는다고 말하지만, 독극물을 사용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이다. 그래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과학이 도덕을 형성할 수 없다고 봤다. 도덕은 과학의 연구방법에 필요한 올바른 지침을 제공한다.

둘째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도덕성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넌센스다. 유전자는 정보체계일 뿐 그 자체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성향을 갖지 않는다. 만약 그의 말대로 이기적 유전자가 사람을 통제한다면 유전자의 결정에 따라 타인을 살해한 범죄자를 처벌할 마땅한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
 
진화·사회계약론도 도덕성 설명 못해

진화 과정에는 무작위의 변이와 자연선택, 적자생존과 양육강식이 지배적인 법칙으로 작동한다. 동물들은 본성에 따라 생존하는 유기체이지 도덕성을 따라 사는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것은 잔혹한 살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인류가 진화중이라면 환자나 장애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주장도 그 타당성을 잃게 된다. 진화론은 강자가 약자를 위해 자기 생명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도덕성을 결코 설명할 수 없다.

셋째 일부 사회계약론자들은 계약사상이 도덕적 당위성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법상식은 불공정계약을 무효로 생각하며 계약 자체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더 높은 상위의 도덕적 개념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사회계약론적 합의가 도덕성에 종속되는 것이지, 계약 자체가 도덕성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공정성을 따지는 관점이 존재한다면 계약자체는 도덕의 근원이 될 수 없다.

넷째 범신론적인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인간 생명이 다른 자연계의 동식물 심지어 아메바의 생명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인간의 생명에 어떤 고귀함이나 도덕적 의미마저 없다면 우리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도덕가치, 신의 존재로만 의미 지녀

결론적으로 ‘신이 없이도 착하게 살 수 있다’는 컬츠의 주장은 절반의 진리다. 무신론자 중에서도 착하게 사는 사람이 있기에 개별 사례에서는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신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객관적인 도덕성이 무엇인지, 왜 도덕규범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없기에 논리적인 차원에서는 부당하다. 따라서 과학도 진화론도 계약론도 가이아 이론도 도덕성에 대한 지적 토대를 제시하지 못했다.

롤스는 노년에 하버드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그의 진술이 성경에서 나왔다는 점을 인정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객관적인 도덕가치들은 신의 존재를 전제할 때에 가장 잘 설명된다. 따라서 “신이 없이도 우리가 선하게 살 수 있다”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성경은 도덕이 거룩한 하나님의 성품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한다. “내가 거룩한 것처럼 너희도 거룩하라(레11:45).”

김기호 한동대 교수·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인간폐지
CS 루이스는 당시 일명 ‘그린북’에서 이성과 과학을 잣대로 인류의 다양한 문화 속에 존재해왔던 객관적인 도덕 규범들을 폐지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절대적인 도덕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공립학교 교과서는 ‘가슴이 없는 인간(men without chests)’을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의 목적은 절대적인 도덕가치를 가르쳐야 하며 보편적인 도덕성을 부정하는 교과서는 결국 ‘인간 폐지’라는 끔찍한 결과를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루이스의 선지자적 외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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