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탈 전망이다. 전쟁, 기후변화 등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원료비 연동제 유예,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 수단을 써왔다. 하지만 국제 천연가스·원유 가격이 단기에 급등락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은 예측하기 어려운 가격 변동 요소다. 화력발전 에너지로 사용되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이상고온·저온 현상은 냉난방을 위한 전기 사용량 증가로 직결한다. 실제로 최근에 국제 경유가격이 하락한 것은 유럽의 겨울이 이상고온을 보이고 있어서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제 에너지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원유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을 유발했다. 유럽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러시아와 인접 국가의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거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유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썼다.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세금 인하 카드로 대응했다. 하지만 전쟁이 1년을 넘어가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분을 환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역전 현상을 보였던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재역전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3년 평균)은 MMBTU당 8달러 수준이었다. 지난해 전쟁이 터지면서 이 수치는 41달러까지 폭등했다. 이에 정부는 주택용 도시가스 공급에 대해 7차례 이상의 원료비 연동제, 원가 반영을 유예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9조원가량)으로 쌓여 있는 상태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주택용 도시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의 인상 폭을 이제야 반영하면서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국제 가격보다 싼 요금을 장기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변동이 크고 잦은 국제 에너지 가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국내 가격을 안정화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에너지 변동폭이 큰 상황이나 고유가 등의 고착화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현재 국제 에너지 가격에 전쟁,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올해엔 차츰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