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과 미술품, 음악 저작권료와 같이 실물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을 증권의 일종인 ‘토큰 증권’으로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기존 증권 유관 기관에게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토큰 증권이 제도권 투자 대상이 된 만큼 관련 거래가 활발해지고 투자자 보호도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부동산 등을 쪼개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한 암호화폐 등을 증권으로 간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토큰 증권은 기존 증권과 디지털 자산의 교집합에 해당해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금융위는 “부동산 등 소유권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세상에서 쪼개져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팔리는 것”이라면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증권과 발행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토큰 증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는 이제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없게 된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DAXA)에 “현재 증권성이 존재하는 암호화폐는 시중 거래소에서 모두 상장 폐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금융위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새로 출현하는 암호화폐 등의 증권성을 판단한다. 사업 운영에 대한 지분이나 성과에 따른 배당권, 잔여 재산에 대한 분배 청구권을 갖는다면 증권 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토큰 증권으로 판단되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관리를 받는다. 금융위는 우선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모 상장 토큰 증권이 거래되는 별도 시장을 만들어 유통을 투명화할 예정이다. 공모 상장 토큰 증권은 기존 증권과 똑같이 예탁결제원의 발행 심사와 총량 관리를 받게 된다. 토큰 증권을 공모 상장할 때는 증권신고서를 내고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공시도 해야 한다. 기업 상장(IPO)과 유사한 토큰 증권 발행(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대신 금융위는 이런 규제가 소규모 토큰 증권 발행의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장외 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면 새로 생길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통해 누구나 신규 토큰 증권을 발행,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토큰 증권 관련 범죄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처벌한다. 시세 조종과 가격 조작, 불공정 내부 거래 등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처벌하는 모든 규율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각종 투자자 보호 장치도 마련된다. 따라서 토큰 증권 관련 피해 사례는 상당 폭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큰 증권은 관련 법령 개정이 마무리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제도권에서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토큰 증권 외에 투자 계약 증권이나 수익 증권 등 비정형적인 증권을 유통할 수 있는 소규모 장외 시장 형성도 허용하기로 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