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 ‘아이오와 코커스’였다.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북중부 아이오와주의 주도 디모인시 한 마을회당에서 지지 후보별로 뽑힌 대의원들의 투표로 승자를 가리는 게 바로 아이오와 코커스다.
그런데 민주당이 미국 정치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 전통을 깨기로 결정했다. 중산층·백인·상업·농업 종사자가 인구 대다수인 아이오와주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미국’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필라델피아 전국위원회 겨울회의에서 2024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아이오와주 코커스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로 시작하는 방안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전체 전국위원 찬반투표를 통해 확정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사진)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당헌 개정에 따라 대선후보 경선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시작해 뉴햄프셔주 네바다주 조지아주 미시간주 순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5개 주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미시간은 백인 대비 유색인종 비율이 미국 전체와 같거나 높은 주들이다.
DNC는 앞서 아이오와 코커스로 대선후보 경선을 시작하는 현 당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아이오와주는 미국 인구의 다양한 인종 구성, 직업 분포 등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데 미국인 전체의 민의를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는 물론 고향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도 패배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주에서 승기를 잡아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헌 개정에 적극 동조한 데비 딩글 하원의원(미시간주)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경선 룰 변경은 우리 당이 좀 더 미국다운, 다양한 인종의 의견이 반영된 객관적 결과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라이머리를 통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동시에 선출하는 뉴햄프셔주는 이번 회의 과정에서 DNC 방침에 강력히 반대했다. 역대 대선에서 항상 전국 최초의 프라이머리 개최지로 주목받던 전통을 포기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순서를 내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 대선후보를 뽑는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각 주 정부의 규정에 따라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한다. 코커스는 당원만이 참여하는 투표이고, 프라이머리는 당원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비당원 일반 주민에게도 투표 자격이 부여된다.
NYT는 “뉴햄프셔주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DNC에 참가한 전국위원들은 규칙 변경에 전체적으로 우호적이었다”면서 “DNC 멤버들의 이 같은 견해는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