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남부와 인접국 시리아에서 6일(현지시간) 발생한 역대 최악의 강진으로 현지 교회와 한인 선교사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주요 NGO들은 일제히 모금운동에 돌입했고, 일부 봉사단은 긴급 구호단을 급파했다.
한인 선교사 교회 건물 와르르
7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 세워진 안디옥개신교회는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현지 교민을 비롯해 외국인이 주로 출석하고 있는 이 교회는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현지 문화재 건물을 매입해 2000년 6월 봉헌한 곳이다.
이 교회를 섬기고 있는 장성호 선교사는 6일 새벽 집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내와 세 명의 자녀 등 가족과 함께 거실의 테이블 아래로 몸을 피했다가 큰 진동이 잠시 사그라들자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왔다. 장 선교사는 이후 자신이 섬기는 교회로 달려갔지만 교회는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교회 주변 건물들도 처참하게 붕괴돼 있었다.
현재 장 선교사 가족은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인 메르신에 피신한 상태다. 장 선교사는 기감 선교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연락이 안 되는 현지 형제자매들을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시길 바란다. 교회 건물이 무너진 것은 큰 아픔이지만 이것으로 우리 형제자매들이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지 선교사연합 비대위 꾸려
튀르키예한인사역자연합회는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이어 하타이·아다나·우르파 지역 등에 있는 선교사와 가족 50여명을 지진 피해가 적은 인근 앙카라·메르신 지역으로 모두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현지교회연합체인 텍(TEK)과 연합해 교회 피해 상황을 실시간 파악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할 계획이다.
비대위 소속 B선교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디옥개신교회를 비롯해 피해 지역에 있는 많은 교회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인 선교사들은 신체적으로 다치진 않았지만 그들의 집은 대부분 무너졌다”며 “복구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교사들은 이동 과정에서 원활하지 않은 도로 상황과 갑자기 내린 폭설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앙카라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피해 지역인 하타이까지 차량 지원을 하며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대피한 선교사들은 현재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화 및 SNS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신에서 사역하는 C선교사는 “현재 저층에 거주하는 사역자들의 집에 열한 가정이 나뉘어 대피 중”이라며 “여진 상태를 봐가며 건물이 흔들리면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잠잠해지면 들어오길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계, 모금·물품지원·현지급파까지
한국교계와 NGO도 튀르키예·시리아를 향한 긴급구호 활동 및 성금 모금에 돌입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지난달 29일 국내 주요 교단 12곳과 각종 구호 사역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교봉 관계자는 “튀르키예·시리아 구호 사역은 MOU 이후 한국교회가 하나가 돼 펼치는 첫 번째 활동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이날 저녁 튀르키예로 출국했다. 조현삼 목사를 단장으로 하는 구호팀은 진앙지인 가지안테프로 차로 이동해 긴급구호금과 물품을 지원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1000만 달러(약 126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아대책은 초기 긴급구호자금으로 1억원을 모금한 뒤 현지 이재민에게 방한용품과 난방기구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굿피플도 긴급구호 모금을 통해 이재민을 위한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사마리안퍼스는 조만간 자체 긴급재난대응팀(DART)을 튀르키예 현지로 급파할 예정이다.
김아영 박지훈 임보혁 기자 singforyou@kmib.co.kr, 김세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