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백대가 일사불란하게 물건을 나른다. 배송 상품을 분류하는 ‘소팅봇(sorting bot)’이라 불리는 로봇이다. 이들이 QR코드를 따라 ‘사람 작업자’를 찾아가면, 작업자는 배송용 비닐로 포장한 물건을 소팅봇 위에 올려 놓는다.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읽은 소팅봇은 배송지에 맞춰 상품을 각기 다른 바구니로 옮겨놓는다. 작업자가 소팅봇을 호출하고 소팅봇이 분류를 마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같지만, 대구 달성군에 자리한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FC) 1층 분류작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에 3200억원을 투자해 준공한 대구FC를 지난 2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대구FC는 지하 2층에서 지상 10층까지 축구장 46개 크기다. 아시아권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다. 쿠팡은 대구FC를 AI 자동화 기술을 적용한 첨단 물류시스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7층에선 AGV 로봇이 진열·집품 작업을 수행한다. 마치 커다란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AGV 로봇은 상품을 진열하는 랙 선반 밑에 달려있다. 진열 직원이 상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AGV 로봇이 선반을 들고 작업자 위치로 온다. 진열 직원은 선반의 정해진 위치에 상품을 놓는다. 반대로 집품 직원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AGV 로봇으로 부르고, 찾던 물건을 꺼낸다.
소팅봇과 AGV를 도입하면서 직원들 업무는 65% 이상 줄었다. 기존에 분류·진열·직품 작업은 직원들이 광활한 물류센터를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찾아야 하는 ‘PTG(Person to Goods) 방식’이었다. 하루 작업에 2만보 가까이 걷는 중노동이다. 하지만 대구FC에서 이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반경 1m를 벗어나지 않은 채 여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5층에 배치한 무인 지게차는 안전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대용량 제품을 운반하는 지게차는 물류센터에서 가장 사고 위험이 높은 기계 중 하나다. 지게차 운전자가 뒤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후진하는 등의 충돌사고가 잦다. 이에 대구FC는 안전펜스로 무인 지게차와 작업자의 동선을 완전 분리했다. 안전펜스 안으로 물건이 떨어지거나 사람이 들어오면 모든 지게차가 이동을 멈춘다. 쿠팡 관계자는 “로봇으로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업무강도를 낮추고 안전성을 높여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쿠팡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