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전격 개방된다. 국내 은행만 취급하던 외환거래 업무가 외국 금융사에도 허용되고 외환시장 운영 시간도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0여년간 유지됐던 외환시장의 빗장이 풀리는 것이다.
정부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조 개선안의 핵심은 외국 은행과 종합금융사 등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한국 금융사만 거래할 수 있다. 외국 은행이 원화를 거래하려면 한국 지점을 설립하거나 국내 금융사에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별도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사(RFI)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현물환뿐 아니라 외환 스와프거래(현물 환율로 필요 통화를 차입하고 이를 정산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통화스와프(CRS) 등 다른 외환 파생상품 개방 여부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단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의 금융사는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제한된다.
외환시장 운영 시간도 연장된다. 정부는 영국 런던 금융시장이 끝나는 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마감 시간을 연장키로 했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은 오후 3시30분이다. 마감 시간 연장에 이어 외환시장을 24시간 여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외국인이 오후 10시30분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보고 바로 원화를 산 뒤 다음날 장이 열리자마자 국내 주식을 사는 방식의 기민한 투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으로 원화 자산 투자가 활성화되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 영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관리관은 “원화는 반드시 국내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만 거래해야 하는데 이 시장은 오직 한국 금융사에만 열려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불편함을 표했던 사안을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은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등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전면 개방이 이뤄져야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가능하다. MSCI 지수는 글로벌 펀드가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MSCI는 각국을 선진·신흥·프런티어 시장으로 나누는데 한국 증시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신흥국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안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한은 등이 참여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 추진 작업반을 운영하고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