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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오늘 안 먹었을 것 같아?… 감칠맛 나는 ‘마법의 가루’

게티이미지뱅크
 
CJ제일제당 ‘다시다’는 1975년 처음 등장해 종합조미료시장을 열었다. 위는 배우 김혜자씨가 모델로 활동한 신문광고. 김씨는 25년 동안 다시다 광고모델로 활동해 ‘한국에서 최장수 CF모델’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CJ제일제당 제공



 
다시다 제품. CJ제일제당 제공
 
2020년대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3세대 조미료의 특징은 ‘자연 재료 조미료’ ‘편의성 증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티백형·코인육수 같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끈다. 샘표 ‘연두’. 샘표 제공
 
한라식품 '참치액'. 한라식품 제공
 
CJ제일제당 '백설 통손질 국물 다시다 티백'. CJ제일제당 제공


"네가 오늘, 미원을 안 먹었을 것 같아? (중략) 하하하하하하." 지난해 11월 유튜브에 공개된 조미료 '미원'의 광고 영상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다. 조금 '섬뜩함'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이유는 아마도 '뜨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미원으로 대표되는 MSG 섭취는 필연적이다. 이 질문에 정곡을 찔리지 않은 현대인은 많지 않을 테다.

20세기 초반에 환호를 받으며 등장해 20세기 중반 이후 격렬하게 배척되던 'MSG'로 대표되는 조미료는 2020년대에 들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배우 김지석이 조미료 '미원' 캐릭터를 연기한 유튜브 광고 영상은 4개월 동안 1108만뷰를 기록했다. 최근 공개된 광고영상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다. 유머가 가미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MSG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미료는 지금 ‘마법의 가루’로 예찬된다. 일상으로 들어왔고, 활용도는 다양해졌다. 집밥의 부흥도 조미료의 인기와 흐름을 같이 한다. 조미료는 더 이상 화학제품이 아니다. 실제로 공식용어도 ‘화학조미료’ 대신 ‘향미증진제’ 또는 ‘복합 조미식품’ 등으로 대체됐다.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조미료들이 등장하며 다채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조미료란 무엇인가’…감칠맛의 세계

사람의 혀가 느끼는 맛은 크게 네 가지다. 짠맛, 신맛, 단맛, 쓴맛(매운맛과 떫은맛은 미뢰로 전달되는 ‘기본 맛’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인 맛의 감각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입안에 감기며 풍미를 돋워주는 것을 ‘감칠맛’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조미료는 음식에서 감칠맛을 더해주는 재료를 통칭한다.

미원(대상), 다시다(CJ제일제당), 연두(샘표), 참치액(동원·한라식품) 등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대표적인 조미료들이다. 굴소스, 치킨스톡처럼 언뜻 조미료 같지 않은 이름을 가진 식재료도 실상은 조미료다. 대부분 조미료에는 아미노산이 포함돼 있다. 적은 양으로도 감칠맛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게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감칠맛의 본질에는 ‘아미노산’이라는 단백질 구성성분이 있다. 고기를 먹을 때 ‘맛있다’고 느끼는 것도 이 ‘감칠맛’과 연관이 깊다. 맛의 자극을 극대화해주는 감칠맛을 단시간 안에 적은 비용으로 구현해내는 게 바로 조미료다. 그리고 미식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조미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내게 맞는 조미료 찾기, ‘캐릭터 분석’

조미료는 크게 3세대로 나뉜다. 1세대는 발효조미료(MSG)다. 1956년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미원’이 대표적이다. 2세대는 종합조미료(MSG+부재료) 차지다. 소고기, 생선, 양파 등 천연원료를 섞어 만든 ‘다시다’가 시장을 장악했다. 3세대는 ‘연두’ ‘참치액’ ‘맛사랑’(대상) ‘산들애’(CJ제일제당) 등 자연재료를 발효하고 천연 육수 등을 더한 자연조미료다.

모두 감칠맛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사용방법이나 쓰임에서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다. 조미료의 원조이자 1세대 조미료로 67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미원은 ‘감칠맛의 결정체’라고 보면 된다. 사탕수수 등 원재료를 발효해 만들어낸다. 미원의 재료인 MSG는 현재 ‘L-글루탐산나트륨’으로 표기한다.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글루탐산)과 염분을 품고 있는 ‘나트륨’의 합성물이다. 감칠맛 뿐 아니라 짠맛도 느끼게 해준다. 설탕이나 소금처럼 수분이 없어서 상하지도 않는다.

글루탐산나트륨은 화학조미료라면서 ‘공장에서 만들어낸 화학제품’이라는 오해를 오랫동안 받았다. 하지만 글루탐산은 다시마, 표고, 멸치, 조개, 새우, 토마토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안전한 물질이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MSG를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논란이 종결됐다.

2세대는 종합조미료다. 발효조미료에 원물을 더했다. 종합조미료인 다시다는 ‘갖은양념을 하나로 담아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고기, 생선, 양파, 파, 마늘 등 원재료와 부재료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액체 원료를 분말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가미됐다. 다시다에는 염분이 함유돼 있고 각종 원물이 포함돼 있어서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쓰임도 달라진다. 소고기 다시다와 조개 다시다는 용도가 다르다. 조미료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은 다시다다.

3세대는 엄선된 자연재료에 자체 발효 기술을 더해 감칠맛을 높여준다. 연두나 참치액 같은 자연 재료 조미료다. 연두는 100% 콩 발효 조미료다. 연두의 경우 간장에서 진한 색과 향을 덜어낸 대신 감칠맛을 더하며 요리 고유의 색이나 맛을 그대로 구현해낸다. 원재료의 맛에 시너지를 더해준다.

연두는 특히 콩을 발효시켜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내외 비건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요리과학 연구소인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 소속 세계적인 셰프 자우마 비아르네즈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 책임자로 가게 된 것도 비건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다. 최근 ‘만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참치액’도 대표적인 3세대 조미료다. 중소기업인 한라식품이 참치액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동원 CJ제일제당 등도 관련 제품을 만들고 있다. 참치액은 참치를 원재료로 해서 짠맛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낸다.
 
‘요알못’에게도 친절한 조미료

실생활에서는 조미료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식품업계에서는 ‘적정량’을 사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한다. 대체 적정량은 얼마만큼이냐고 물으니 “적정량을 결정하는 것은 ‘내 입맛’”이라는 우문현답을 받았다. 그래서 중요해진 것은 조미료를 사용하는 ‘시점’이 됐다. 적잖은 이들이 조미료를 ‘마지막 비법’으로 사용하는데, 조미료를 연구하는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간을 맞추기 시작하는 때’ 사용하기를 권한다. 즉 요리의 간을 맞출 때 미원·다시다·연두·참치액 등 조미료를 먼저 넣고 입맛에 맞춘 뒤 소금, 설탕 등으로 마무리하는 게 조미료를 잘 쓰는 법이라고 한다.

이석호 대상 홍보팀 과장은 12일 “글루탐산 성분이 감칠맛을 높여주므로 조미료를 먼저 사용해야 소금을 덜 쓸 수 있다”며 “소금을 적게 넣어도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나트륨 저감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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