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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키우는 행동주의 펀드… 기업 주인도 바꾸는 ‘큰 손’ 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 개선 요구가 호응을 받으며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기업가치 절하로 인한 주주 권익 침해를 명분으로 경영권 분쟁까지 불사하며 조(兆) 단위 인수·합병(M&A) 사태를 촉발하는 등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결국 주가 부양을 통한 단기 시세차익 확보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주 권익을 앞세워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최근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하이브, 카카오 등이 뒤얽힌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인수 대상으로 언급되는 지분만 1조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M&A 갈등이다.

이번 인수전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촉발했다.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SM이 이 전 총괄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맺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괄을 경영진 라인에서 배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SM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자 SM 이사진은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해 카카오에 지분 9.05%를 안겨줬다. 이에 대응해 이 전 총괄은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에 지분 14.8%(4228억원어치)를 넘기는 등 이수만·하이브측과 얼라인·카카오가 SM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는 형국이다.

국내 상장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SM이 처음이 아니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최근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가 취약하다”며 최대주주 용퇴와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결국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우호 사모펀드인 UCK컨소시엄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놓고 불만을 드러내는 사례도 있다. 앞서 얼라인은 7대 금융지주에 ‘주주환원정책이 부족하다’며 배당성향을 확대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트러스트자산운용도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건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BYC에는 부동산 투자구조를 바꿔 수익성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47곳으로, 2020년(10곳)에 비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행동주의 펀드 주장의 핵심은 ‘경영진에 의한 기업가치 훼손’이다. 한마디로 기업 주가가 낮은 것은 무능한 경영진이 회사를 사유화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려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영업 노선을 바꾸면 회사가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권 공격의 명분이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사모펀드나 운용사들이 이전에는 주총에서 배당 등 일회성 요구를 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요구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런 요구가 일반 주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올해도 주주제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찬성하는 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권익을 보호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결국 주가를 부양한 다음 단기 시세차익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 기업 주가는 단기간에 가파르게 급등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면 최대주주 등 관련인들이 주식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KT&G의 경우 주가가 올해 초 8만9000원에서 지난달 26일 9만6400원까지 올랐고 에스엠도 연초 7만5200원에서 이날 기준 11만4700원까지 상승했다. KCGI의 경우 강 대표가 “펀드매니저로서 투자자들에게 최대 수익을 돌려주는 게 목표”라며 UCK컨소시엄의 공개매수에 응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소모적인 알력 다툼이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권익을 명분으로 과도하게 경영권에 개입해 필요한 부분만 취하고 빠지는 불순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도를 벗어난 경영권 침해로 판단되는 케이스에 대한 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임송수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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