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5시 모두 다 길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다들 정신나간 사람처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폭격을 피해 떠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전쟁(지진 피해)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믿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이 발생한 직후. 시리아 샤하바의 난민촌에서 난민사역을 펼치는 쿠르드족 출신의 A전도사는 ‘레바논 쿠르드교회’ 니하드 하산 목사에게 긴급하게 음성 편지를 보냈다. 레바논 내 최대 쿠르드 난민 교회에 시리아 현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도움을 호소한 것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은 절망 속에 허덕이는 시리아 난민을 벼랑 끝으로 한걸음 더 내몰고 있다. 12년째 내전을 겪으면서 징병과 학살을 피해 고향을 떠나왔지만 최악의 지진 사태까지 겪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지역은 반군에 점령돼 있어 구조나 구호품 전달이 원활치 않다. 언론과 구호단체의 관심은 구호가 원활한 튀르키예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시리아 현지 교회들은 피난민에게 음식과 구호품을 나눠주는 ‘생명줄’이 되고 있다.
레바논에서 난민사역을 펼치는 B선교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리아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진 피해 지역인 시리아 서북부의 알레포, 라타키아, 하마, 이들리브는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내전으로 포격을 많이 입어 건물 지반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진까지 일어나 수많은 건물이 무너졌다”며 “구호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오픈도어선교회는 현지 교회를 중심으로 세워진 ‘희망의 센터’를 통해 피난민에게 음식과 물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는 2016년부터 현지 교회 160곳에 센터를 마련하고 주택 재건, 노인복지, 구호품 지원 등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 관계자는 “라타키아의 3개 교회가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2000명 이상의 피난민이 안전하게 머무르고 있다”며 “현지 교회에서 피난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