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시위→법적 공방→돼지머리 전시→그다음은?’
대구 북구 대현동에 들어서는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를 놓고 갈등과 시비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원 건립을 결사반대하는 지역주민과 건립 주체 측에 손을 들어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논란의 소용돌이에 한데 휘말린 상황입니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2020년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기존에 기도처로 활용하던 건물을 사들여 2층 규모의 이슬람 사원 건립에 나섰습니다. 사원이 들어서는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가에는 무슬림 유학생이 다수 거주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9월 대구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줬고, 12월부터 본격 공사에 돌입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발끈했습니다. “주민들이 모여 사는 좁은 골목에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플래카드 시위에 이어 2021년 2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북구청이 공사 중지를 통보하자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사원 건립 공사가 적법하다’는 판결로 건축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법적 싸움이 끝나자 ‘돼지고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반발한 주민들이 이달 초 돼지고기 수육을 먹는 행사를 연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공사장 인근에서 돼지머리를 전시하고 바비큐 잔치까지 벌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인근 무슬림 학생들이 사는 주거지 등에는 돼지고기 냄새가 흘러들었습니다. 참고로 이슬람 문화에서 돼지고기는 부정한 동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슬람 사원 건립 공방을 두고 우리 사회의 품격을 생각해 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반대를 위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 고민해봅니다.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중에는 기독교를 비롯해 가톨릭, 불교 신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종교 갈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건 너무 지엽적인 건 아닐까요.
소윤정 아신대 선교대학원 교수는 13일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이슬람 문화가 분별없이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타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주민들의 태도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문화의 충돌 차원에서 양측 입장을 감안한 견해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라”(마 7:12)는 성경 구절이 떠오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던진 이 말은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간 관계를 비롯해 세상 만사의 기본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지켜온 삶의 터전을 외부 종교로부터 위협받는 주민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합니다. 동시에 반대를 위한 방법이 과연 돼지머리 전시가 최선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