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ChatGPT)의 등장으로 직업의 미래는 송두리째 바뀔 전망이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오면서 인간 생활과 경제활동 전반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처럼 챗GPT를 필두로 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던질 충격파는 막강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일반에 공개된 챗GPT는 출시 2개월 만인 지난 1월 월간활성사용자(MAU) 1억명을 넘어섰다. 이전까지 가장 빨랐던 틱톡(9개월)의 기록을 크게 앞질렀다. 챗GPT에 쏠리는 관심은 ‘광풍’에 가깝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지난 1일부터 월 20달러짜리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몰려도 안정적으로 챗GPT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누구나 20달러를 내면 방대한 전문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챗GPT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공공과학도서관(PLOS)에서 발행하는 학술전문지 ‘PLOS 디지털 헬스’는 챗GPT가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에서 생화학, 진단추론, 생명윤리 3개 과목에서 대부분 합격했다고 밝혔다. 정답률은 52.4~75.0% 사이로 60%를 넘거나 근접했다.
챗GPT는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의 4개 과목 시험도 통과했다. 95개의 객관식, 12개의 주관식 문제가 주어졌는데 챗GPT는 C+ 수준으로 낮은 등급이긴 하지만 합격 기준을 넘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에선 B와 B- 사이의 학점을 받으면서 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크리스천 터비시 와튼스쿨 교수는 “챗GPT는 기본 운영관리에선 깜짝 놀랄 만한 작업을 수행했지만, 기본 수학에서는 놀라운 실수를 저질렀다”고 CNN에 설명했다. 일선 대학에선 챗GPT를 활용해 과제물을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를 걸러내는 프로그램까지 도입 중이다.
인간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이상 공부해야 달성할 수 있는 지식수준을 생성형 AI는 불과 며칠 만에 도달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인간의 직업,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수준과 종류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켄지글로벌연구소(MGI)는 “AI 기술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사이트 개발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코딩 작성자, 데이터 과학자 등이 하는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 이들이 하는 업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고용주 입장에선 똘똘한 AI 하나만 있으면 비슷한 일을 하는 꽤 많은 사람의 일손을 줄일 수 있다. AI가 늘어날수록 생산성은 증가하고, 비용은 0에 수렴하게 된다. 오픈AI는 자사의 모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AI로 대체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용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계약직 수백명을 고용했고, 사람의 언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번역하는 코덱스(Codex)로 코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일부를 대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전문기관 소트리스트 데이터 허브에 따르면 MZ세대 43%는 챗GPT가 자신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 및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는 2.4배 더 높았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실제로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내용이 부정확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트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챗GPT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대화를 하지만 잘못된 내용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SF소설가 테드 창은 뉴욕커 기고문에서 “챗GPT는 인터넷에 있는 흐릿한 그림파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인간이 축적해 온 지식을 압축해 보여주는 열화(劣化)된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준엽 전성필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