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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자리 뺏는다?… “고도화할수록 사람의 손 더 필요할 것”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웹사이트에서 “챗GPT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바로 앞에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고도화할수록 인간의 역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AI가 현재 직업 중 상당수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결국 인간 손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역할을 빼앗는 ‘대체재’가 아니라 인간을 돕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고 본다. AI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결국 인간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배재경 리더는 15일 “지식노동자들의 업무 패턴이 바뀌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생성형 AI의 정확성은 100%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발전으로 일부 일자리는 대체될 수 있다. AI 기반의 기계 번역, 음성 인식, 이미지 분석 등은 전문 번역가, 통역가, 성우, 디자이너 등의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다. 단순하고 정형화한 업무를 AI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과 기계의 분업으로 일자리 85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같은 이유로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97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것처럼 AI도 미래 일자리 시장의 지각변동을 유발하는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또한 AI 역할이 커질수록 인간의 개입은 더 중요해진다. 인간의 감성이나 직관은 AI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생성형 AI가 판례와 법령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어떤 방향으로 변론을 펼칠지까지 결정할 수 없다.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알아내고 어떤 약이 적합한지 데이터를 만들 수 있지만, 치료법을 결정하는 건 인간의 판단이 개입해야 한다. AI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참신한 광고문구를 만들어도 이를 다듬고 완성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에 영향을 받는 직업의 경우 역할이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인간은 패턴화된, 또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내가 못 찾은 정보 때문에 시간을 많이 소모하지 않고 핵심 아이디어나 차별화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제대로 학습시키고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도 인간의 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어를 분류하는 학습을 시키면 AI는 다른 물고기와 문어를 쉽게 구분한다. 하지만 문어와 오징어는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지 못한다. 이때 인간이 개입해서 둘의 차이를 다시 정의하고 학습을 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을 ‘휴먼인더루프(HITL·Human-In-The-Loop)’라고 한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AI는 잘못된 정보를 ‘확증편향’하는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환각’의 문제다. AI가 학습을 한다는 것은 맥락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챗GPT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는 식으로 오류를 줄이려고 한다. 히틀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 “개인적인 의견이나 신념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배 리더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때까진 특정 질문 패턴에 대해서는 정답을 회피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기술은 점점 발전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큰 불편함이 없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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