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전도대상자’인 무종교인들은 한국교회를 ‘불통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종교인 87%는 한국교회가 세상과의 소통 준비가 안돼 있다고 응답했다. 기독교인에 대해 믿음이 간다는 비율은 고작 9%에 그치면서 교회와 성도들의 소통과 신뢰회복이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기윤실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일부터 닷새간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국민 절반’ 무교인의 차가운 시선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기독교에 대한 무종교인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교회·목회자·개신교 신뢰도 등 개신교에 대한 인식은 타 종교인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표기되는 무종교인은 단순히 종교가 없는 사람 외에도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단체에 속하지 않은 범주까지 포함된다. 예전에 교회를 다니다가 발길을 끊은 이른바 ‘가나안’ 성도까지도 포함된다.
무종교인 비율은 증가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도 무종교인 비율이 54.7%로 2020년(54.0%)보다 더 늘었다. 2021년 한국 갤럽의 조사에서는 무종교인이 60%로 집계됐다. 기성 종교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는 동시에 기독교에 대한 매력 또한 더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무종교인의 한국교회 신뢰도는 10.6%로 일반 국민의 신뢰도(21.0%)의 절반에 그쳤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와 ‘가장 친근감 있는 종교’를 묻는 항목에서도 개신교는 각각 3.2%, 4.2%로 가톨릭, 불교에 비해 전반적으로 15~10% 포인트나 낮은 호감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교회 밖 비판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6.9%에 그쳤다. 일반 국민(15.4%)의 절반 수준으로 기독교에 대한 깊은 불신이 드러난다.
설문 결과 분석을 맡은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무종교인이라고 해서 종교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다기보다는 기성 종교에 대한 실망으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교계에서 무종교인을 전도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그는 “무종교인이 기성 종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전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종교인에 대한 세심하고 꼼꼼한 복음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전직하’ 교회 신뢰도, 날개는
우리 국민의 한국교회 신뢰도는 21.0%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인 직전 조사(2020년) 수치(31.8%)보다 10.8%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4.0%로 같은 기간 10.1% 포인트 치솟으면서 기독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이 더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개선 과제로는 교회 이기주의(34.2%)가 가장 많이 꼽혔다.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나누고 베풀고 섬기는 것인데 그렇지 않게 보는 일반인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어 교회 지도자들의 삶(19.6%), 불투명한 재정 사용(17.9%), 타 종교에 대한 태도(17.3%), 교인들의 삶(7.6%)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현실을 직시하면서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해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며 “공신력이 떨어지면 기독교 진리에 대한 신뢰도와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