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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장전한 삼성·TSMC… 반도체 혹한기에도 투자 후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혹한기에도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이후에 다가올 호황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투자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투자 시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TSMC 애리조나에 35억 달러 미만의 자본금 증액을 승인했다. TSMC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공장 투자액을 당초보다 3배 많은 400억 달러로 늘렸었다. 앞서 TSMC는 올해 시설투자를 지난해보다 10% 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투자에는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TSMC 애리조나공장은 2024년에 4나노, 2026년 3나노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고객사가 미국 기업인 만큼 미국에서의 생산능력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이 자체 설계한 서버 칩셋의 생산을 TSMC에 맡긴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운영자금 명목으로 차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다. 해마다 수십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차입 필요성이 적었다. 올해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차입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47조9000억원) 수준의 시설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평택 4공장 등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쉘 퍼스트’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반도체 시황과 무관하게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유타주 레히에 110억 달러를 투입해 차세대 300㎜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올해 하반기에 공사를 시작해 이르면 2026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계 최대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인 TI는 지난해에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등 실적 하락을 겪었다.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도 투자에 머뭇거림이 없다. 하비브 일란 TI 수석부사장은 “앞으로 10년 후를 바라보고 고객을 위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의 일환”이라며 “산업, 자동차 분야의 반도체가 성장했고 칩스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투자하기엔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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