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선교사 눈물의 편지 “구호품 돈 주고 사는 현실… 돕는 통로 열리길”

시리아의 한 남성이 지진 발생 다음 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한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의 거리에서 모닥불을 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리아 사람들이 국가도 우리를 버렸다며 울부짖는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이재민들은 구호품을 돈을 주고 산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 따르면 한인 선교사 A씨는 최근 기감에 보낸 편지를 통해 시리아 이재민이 처한 상황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선교사인 남편 B씨와 함께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지난 6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뒤엔 피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A씨의 편지에는 그가 지진 피해 현장에서 들은 시리아 국민의 기구한 상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알려졌다시피 시리아 일부 지역의 경우 정부군과 반군의 갈등 탓에 구호품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시리아 난민을 섬기는 센터를 통해 알게 된 한 지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시리아에 거주하는 지인의 친척들은 하루아침에 집을 잃으면서 창고에서 40여명과 함께 생활 중이라고 한다. A씨는 “먹을 게 없어서 차만 마신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었다”며 이렇게 적었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도합니다. 시리아가 모든 구호와 구제의 손길을 다 받아들이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많아지길 기도합니다. 피해를 본 부모와 형제, 자매들을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통로가 연결되길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편지엔 튀르키예의 현재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곳곳에 등장한다. 건물 상당수가 무너진 탓에 화장실이 부족해 사람들이 폐허 곳곳에 용변을 보고 있고 훼손된 시체의 악취도 심해 전염병이 퍼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A씨 부부는 어렵게 차량을 구해 생필품을 사서 피해 지역 곳곳을 돌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기감 관계자는 “지진 피해를 본 현지 선교사 중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도 있다”며 “구호 활동 등으로 선교사들이 분주한 상황인 만큼 되도록 직접 연락을 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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